이상순 서울기독대학교 겸임교수
일상생활 중 가장 중요한 일은 하루 세 번의 식사와 수면이다. 유튜브와 TV 매체에서도 유명한 요리사들의 대결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요리사는 마치 연예인처럼 인기도 많아졌다. 인기 있는 요리는 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여행하는 사람들이 개인 블로그에 올리며 알려진 음식점들은 더욱 사람들로 붐빈다. 유명 연예인들까지 가세, 영상을 올리며 조회수를 올리고 블루리본 음식점, 미슐랭에 등재된 요리사가 있는 레스토랑은 대기를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좋은 식사는 무엇으로 완성될까? 신선한 재료와 뛰어난 요리사의 솜씨, 아름다운 그릇과 적당한 조명 정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식탁에는 언제나 음악이 함께하고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귀를 스치는 것은 대화 소리와 잔잔한 배경음악이다. 어느 유명 기업의 회장은 계약할 때 식사를 함께해보고 결정한다고 한다. 식사하면서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식사에 집중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식사를 허겁지겁하면서 일 얘기만 하는지를 보며 사람을 판단한다고 한다. 그만큼 식사는 사람에게 중요한 마음가짐인 것이다. 그리고 음악은 음식의 향과 어우러져 하나의 기억이 된다. 맛은 혀로 느끼는 감각이지만 그 기억은 귀와 함께 만들어진다. 사람의 대화에 음악에 관한 얘기가 곁들여진다면 풍성한 대화로 이어질 테고 사람에 대한 인상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실험심리학자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는 인간의 미각은 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각과 후각, 촉각 그리고 청각이 함께 만들어 낸다고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맛을 느끼는 행위가 아니라 여러 감각이 동시에 하나의 경험을 완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먹을 때 뇌에서 느끼는 음악 효과를 ‘음파 양념(sonic seasoning)’이라고 한다.
동일한 초콜릿을 먹으면서 높은 음역의 맑고 가벼운 음악이 흐를 때 사람들은 초콜릿을 더욱 달콤하게 느끼고 반대로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처럼 낮고 깊은 음색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같은 초콜릿에서 쌉쌀한 맛과 묵직한 풍미를 더 강하게 인식했다. 변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뇌의 감각이었다. 스펜스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때는 높은 음의 부드러운 멜로디 음악, 진한 커피를 마실 때는 낮은 음의 느린 리듬의 음악 그리고 탄산음료를 마실 때는 밝고 경쾌한 소리의 음악을 듣는 것이 맛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음악이 식사의 속도까지 바꾼다는 사실이다. 빠른 박자의 음악은 사람들의 식사 시간을 짧게 만들고 느린 음악은 자연스럽게 음식을 오래 음미하도록 이끈다. 그래서 고급 레스토랑은 대체로 빠른 음악보다 여유로운 클래식이나 재즈를 선택한다. 좋은 식사는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음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 오는 저녁 창밖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는 유난히 깊은 향을 품는다. 재즈가 흐르는 바에서는 위스키 한 잔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고 바닷가 식당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먹는 생선회는 바다의 신선함을 한층 선명하게 전한다. 음악과 소리는 음식의 맛을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조미료였던 셈이다.
맛은 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억과 감정, 공간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하나의 풍미가 완성된다. 그래서 같은 음식도 누구와 함께 먹는지, 어떤 음악이 흐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식사가 된다. 휴가철이 시작되는 올여름에는 그동안의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과 음악이 있는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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