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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론] 불편함을 참는 능력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다수는 한국에 와서 주요 관광지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론] 불편함을 참는 능력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다수는 한국에 와서 주요 관광지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처럼 살아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유명한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찾아가고, 거리의 가게에 들어가 한국 화장품과 옷 등을 쇼핑하기도 한다. 이들은 입을 모아 한국은 참 편리하고, 빠르고, 유행에 민감하다고 칭찬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이런 얘기가 더 와닿는다. 새로운 외국 문화가 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어느 순간 한국 시스템과 비교하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동안 우리가 여러 분야에서 많이 발전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고쳐나가는 태도와 새로운 제도, 기술, 문화 등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에 적응하는 능력은 우리 사회를 이만큼 발전시킨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이런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불편함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불편한 것보다야 편한 게 좋고, 가급적 신속하게 상황을 개선할 해결책을 내놔야지 뭘 참으라는 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불편함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불합리한 상황에도 침묵하거나 그저 인내하고 희생하라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러면 대체 ‘불편함의 효용’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지향하지만, 모든 순간이 안락하고 재미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외롭고, 너무 힘이 들기도 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힘들이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을 것이나, 부모가 나서서 불편한 상황을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로움을 견디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연습을 해보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어른이 돼 잘 살아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시간이 걸리는 일들이 있다. 인공지능이 눈 깜짝할 사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고, 복잡한 문서와 어려운 프로그램도 뚝딱 만들어주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가는 작품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연습하고 평생토록 창작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제도를 만들거나 기업이 혁신을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오히려 기존 시스템에 비해 불편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좋은 제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불편함을 견디면서 성장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거나, 하고 싶은 것을 미뤄두고 열심히 준비해서 꿈을 이루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성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가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불편함은 있을 수밖에 없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고, 세대와 경제적 상황, 문화가 다를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더 살 만하고 성숙해지려면 자신의 편리함이나 쾌적함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지적하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빨리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이 되거나 불평 또는 부정적인 태도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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