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가치향상경영연구소장·칼빈대학교 대우교수
주택시장은 정책과 시장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다. 집값이 오르면 규제를 강화하고, 거래가 위축되면 다시 규제를 완화하는 일이 반복됐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책의 큰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과 시장의 움직임은 늘 엇박자를 냈고, 그 결과 시장의 혼란도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근저당'이 뜻밖의 관심사가 됐다.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거래 과정에서 약 17억7000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래 방식에 관심이 쏠렸다. 근저당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일반적인 권리로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 간 거래에서도 흔히 활용된다. 이번 사례 역시 매도인이 매수인의 잔금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을 설정한 민사계약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 관심은 거래의 적법성보다 “왜 이런 방식의 거래가 필요했는가”에 있다. 그 배경에는 강화된 대출 규제가 있다. 실수요자조차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서 매도인은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잔금 지급을 유예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정상적인 금융이 작동하지 못할 때 시장은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셀러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이다.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잔금 일부를 사실상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제도권 금융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시장이 만들어낸 보완 장치에 가깝다. 동시에 대출이 막히자 자금이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규제는 자금의 이동 경로를 바꿀 수는 있지만 실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개인의 거래를 넘어 우리 주택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주택시장은 금융과 거래, 공급이 맞물린 생태계다. 금융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거래가 위축되고, 거래 감소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결국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집값 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가격만을 정책 성패의 기준으로 삼다 보니 거래의 정상성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시장은 새로운 우회로를 찾았고, 정책은 다시 이를 막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주택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공공성을 가진 자산인 만큼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특히 금융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주택정책은 집값 자체보다 시장의 정상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정책은 시장을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존재한다. 시장 역시 정책을 회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제도 속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때 건강해질 수 있다. 정책과 시장이 서로 신뢰를 회복할 때 비로소 주택시장도 지속 가능한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실수요자는 합리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매도자는 안정적으로 거래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안정 역시 이러한 정상적인 시장 기능 위에서 지속될 수 있다. 이번 근저당 논란은 특정인의 거래를 평가하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다. 제도권 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멈추지 않는다. 길을 막으면 다른 길을 찾는다.
주택정책의 성공은 규제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정책을 신뢰하고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제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집값의 급등이나 급락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시장이다.
/강준의 가치향상경영연구소장·칼빈대학교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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