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은 합병증이 무섭다. 혈압·혈당이 높은 상태로 장기간 지내면 전신으로 뻗은 혈관이 망가진다. 특히 눈의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 안구에 부종이 생기고 눈 혈액 순환이 나빠지면서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흔히 눈이 나쁘다고 하면 눈 조절력이 떨어져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는 노안만을 떠올린다. 이치훈 하남 세실내과 원장은 “만성 질환 때문에 눈도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나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만성 질환으로 후천적 실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은 당뇨병성 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이 꼽힌다. 이른바 3대 실명 질환이다. 외국에선 황반변성이 가장 흔하지만 한국은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실명 원인 1위다.
실명 질환이 생겼다고 갑자기 눈이 안 보이는 건 아니다. 주변 시야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 이상이 있어도 잘 모를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이런 질환이 생겼다고 갑자기 눈이 안 보이는 게 아니다. 눈 속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빛을 감지하는 시신경이 손상돼 가운데가 사물이 휘어져 보인다. 검은 점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거나 시야가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좁아진다. 미묘한 시력 이상 증상이 있어도 대부분 모르고 지낸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력이 1.0 이상으로 좋은 상태라도 실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엔 동네 병·의원에서도 의료 인공지능(AI)으로 치명적인 실명 질환을 당일 판독할 수 있게 됐다. 드루젠(망막에 쌓인 노폐물), 출혈, 신생혈관 발생 등 안구 내 비정상 병변을 AI가 잡아내 2초 만에 알려준다. 판독 정확도도 높은 편이다. 민준기 강동경희대병원 일반내과 교수(세실내과 원장)는 “만성 질환으로 시력이 나빠지고 있는 사람에게 안과 치료 필요성을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명할 정도로 눈이 나빠지고 있다는데 왜 잘 보이는 걸까? 시력이 좋은데도 안과 검사를 꼭 받아야 할까? 한쪽 눈이 나빠진다면 반대쪽 눈으로 보면 괜찮지 않을까? 전문가들로부터 만성 질환자의 안과 검진 필요성, 실명 질환이 잘 생기는 사람의 특징 등을 들었다.
목차
1. 실명 질환 생겼는데 잘 보이는 이유
2. 무증상이라도 이 검사는 매년 받아야
3. 한국인 실명 원인 1위는 눈 문제 아닌 당뇨병
Q : 맨눈 시력 1.0인데도 실명할 수 있단 얘기인가.
(이치훈 원장) “시력표는 작은 글자를 보는 능력만 확인할 뿐이다. 기본 시력 검사만으로는 눈 전체적인 상태를 알 수 없다. 시력이 1.0이어도 눈 속에 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실명 질환 초기에는 망막의 미세 혈관이 변형되고 출혈·부종이 발생하지만, 주로 망막 주변부에 생긴다.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까지 침범하지 않아 시력은 정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더 진행하면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나타나고 치료해도 이전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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