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선거 성적표를 둘러싼 격렬한 내부 책임론과 주도권 확보를 위한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승리하고도 최대 승부처를 내어주며 ‘미완의 숙제’를 안은 더불어민주당은 비당권파와 친명(친이재명)계의 지도부 타격이 시작됐고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은 지도부 붕괴 위기 속에 친한(친한동훈)계와 당권파 간의 전면전이 촉발됐다. 특히 선거 당일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여야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6곳 중 12곳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두었으나 내부 분위기는 냉랭하다. 상징성이 가장 큰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데다 기존 지역구였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평택을, 부산 북갑 등 주요 격전지를 포함해 4곳을 국민의힘에 내줬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의원(6선)은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평택을은 정 대표가 공천하고 후원회장까지 맡았는데 뭘 지원했느냐”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지방선거 경선 과정의 시스템 오류와 ‘깜깜이 공천’을 질타하며 호남 민심을 토대로 한 당권 도전 의사를 시사했다. 전날 사의를 표명하고 여의도 복귀를 선언한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금은 다시 긴장하고 혁신해야 될 때”라며 ‘당정 안정론’을 내세운 당권 경쟁 가세를 암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2 대 4라는 숫자에 취해 자축할 때가 아니다. 전략 실패의 무거운 책임은 마땅히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온몸으로 통감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선거 평가는 시스템으로 하는 게 맞다”며 내·외부 공동위원장 체제의 ‘지방선거 평가위원회’를 설치해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광역단체장 단 4곳 수성에 그치며 참패한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급격한 해체 수순으로 빨려 들어갔다. 임기를 열흘 남겨둔 송언석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선언했고 정점식 정책위의장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은 장동혁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특히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 재보선에서 당선되며 원내 진입에 성공한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 문제를 고리로 친한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섰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장 대표가 관여한 곳은 다 졌다. 장 대표는 선거의 저승사자”라고 맹비난했고 진종오 의원은 “선거에 ‘졌잘싸’는 없다”며 장 대표의 즉각 퇴진을 압박했다. 반면 김재원·신동욱 최고위원 등 당권파 측은 최악의 판세에 비하면 서울을 지키는 등 나름대로 선전한 ‘무승부’라며 사퇴론에 선을 그었다. 당권파와 친한계의 일촉즉발 대치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1차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장 대표는 대여·대선관위 투쟁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장 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당일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사실상 전국 단위의 ‘재선거’를 공식 요구했다. 자신의 거취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은 국민과 함께 선관위 부실 선거에 맞서 싸워야 할 때”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치적 입지를 위한 정치쇼”라고 일축했고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실현할 수 없는 무책임한 정치 수사”라고 비판하는 등 안팎의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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