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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푸트니크 모멘트

김동철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신기술의 혜택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신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중국의 하향식 모델 덕분에, 짧은 기간임에도 AI, 양자컴퓨터...

스푸트니크 모멘트

김동철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김동철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신기술의 혜택을 보려고 몰려들까? 아니면 그때까지의 관습에 젖어서 남들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까?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우버택시는 업계의 반발로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운행하지 않는 시간 동안 자가용을 포함한 모든 승용차가 운송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존 택시 기사들만이 ‘우버택시’라는 이름의 앱을 통해 영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어비앤비도 모든 건물의 남는 방을 숙박시설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어서 역시 반쪽짜리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하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신기술과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혁신적인 비즈니스들을 펼치기에 성숙하지 않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신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역사적으로도 유사한 반발이 있었다. 15세기 유럽에서 금속활자의 출현에 강한 우려를 표시한 두 집단이 있었다. 카톨릭 교회와 기존의 필사본 책자를 만들던 길드라는 조직이었다. 가톨릭 교회는 종교적 권위의 약화를 우려함과 동시에, 검열되지 않은 지식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기존에 필사본 제작을 통해 책을 독점해오던 업자들은 자신들의 사업 기반이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결국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의 단초가 되었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으로 유명한 방직기계의 출현도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다.

기존의 수공업자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숙련된 장인들의 지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방직 기기의 등장과 확산에 대해 강한 경계심이 나타났다.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적 기계 파괴를 주창하는 러다이트 운동 노동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또한 기계화의 물결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으로 결과적으로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과정일 따름이었다.

19세기 초 유럽에 철도가 등장하자, 마차업자와 지주들은 교통 독점권 붕괴와 토지보상권 문제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의외의 반발 단체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의사들이었다. 빠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뇌에 이상이 생긴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까지 철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황당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당연한 결과지만 상업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철도의 능력을 능가하는 다른 수단이 없었기에 다양한 반대 운동에도 불구하고 철도의 확산은 거침이 없었다. 이외에도 전구와 가스등, 자동차와 마차, 인터넷과 전통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은 시대를 불문하고 기존 세력과의 마찰을 극복하면서 성숙해졌고 결국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다.

시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인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2024년 저서 ‘더 커밍 웨이브’에서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언급하였다. 1957년 소련이 최초로 축구공 크기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미국이 이를 ‘기술적 진주만 공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한 위기의식을 느낀 사건을 말한다. 이에 미국은 NASA와 같은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문샷’이라고 불리는 아폴로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해 결국 소련을 제치고 우주개발 경쟁에서 선두로 나섰다. 소련은 미국을 따라 잡으려다 파산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경쟁자에서 비롯된 충격이 기술 발전의 도화선이 되는 현상을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창호 9단과 알파고의 대국만 회자되지만, 이후 중국의 커제와 알파고의 대국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로 세상에 널리 전파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커제의 패배는 중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고 이를 계기로 중국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과학 기술 발전에 걸겠다는 목표를 내걸기에 이르렀다.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신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중국의 하향식 모델 덕분에, 짧은 기간임에도 AI, 양자컴퓨터, 생명과학 등의 신기술 분야에서 연구와 산업분야를 가리지 않고 미국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게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제공한 사례이다.

인공지능 이론은 한때 대학에서 인공신경망 관련 강의가 개설될 정도로 보편화되었지만,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한 빙하기를 겪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빅데이터가 지구의 인프라로 공기처럼 작동하는 시점에서 알파고 대국을 필두로 인공지능은 마침내 세상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간의 얼어붙은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한 순간에 뚫고 세상에 나왔다.

알파고를 개발한 팀은 ‘AI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결국 알파고 이벤트는 현재의 인공지능이 세상에 퍼지는 또하나의 ‘스푸트니크 모멘트’였다. 역사는 미래지향적인 신기술이 때로는 반대와 경쟁을 견디면서 더욱 강한 힘을 얻는다는 것을 반복해서 증명하고 있다. 한국 역시 우리만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철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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