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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포츠는 가교일 뿐, 외교 그 자체는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

다음날 코완은 비틀즈의 명곡 'Let It Be'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답례했다. 이틀 뒤 마오쩌둥 주석은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탁구 선수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했고, 불과 나흘 뒤 미국 선수단과 기자단은 중국을 방문해...

스포츠는 가교일 뿐, 외교 그 자체는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

[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난 4월 27일 국회의원 17명이 ‘남북체육교류 특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스포츠 교류·협력 절차를 완화하고 이를 지원함으로써 남북스포츠교류를 증진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을 취지로 한다. ‘핑퐁외교(Ping-pong Diplomacy)’는 국제 외교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적인 소프트파워 사례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중국은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1950년 6·25전쟁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극한의 적대 관계를 유지했다. 1971년 4월 4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3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미국 대표선수 글렌 코완(Glenn Cowan)은 경기장에서 연습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는 미국 대표팀 셔틀버스를 놓쳤다. 뒤이은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그 버스는 중국 대표팀 버스였다. 당시 중국 선수들은 미국 선수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코완이 버스에 올라탔을 때 버스 안은 긴장이 감돌았다.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세계 챔피언인 좡쩌둥(Zhuang Zedong)이 코완에게 다가갔다. 악수를 청하고 통역을 통해 말을 걸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국 국민은 중국 국민의 친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중국 황산을 묘사한 비단 천을 건넸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다음날 코완은 비틀즈의 명곡 ‘Let It Be’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답례했다. 이틀 뒤 마오쩌둥 주석은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탁구 선수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했고, 불과 나흘 뒤 미국 선수단과 기자단은 중국을 방문해 친선 경기를 치렀다.

이 사건은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 되었다. 그해 7월, 미국의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했고, 이어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이 공식화되었다.

미국 36,574명, 중국 197,65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6·25전쟁 이후, 극한 대립을 이어온 양국은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미국은 장기화하는 베트남 전쟁에서 출구 전략이 필요했고, 소련을 견제할 필요도 있었다. 중국으로서도 1960년대 이른바 중·소 분열 이후 소련을 가장 위협적인 사회주의권 경쟁자로 인식했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소련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외에도, 대만 문제, 유엔 대표권 문제 등 복잡한 문제로 양국 관계 개선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핑퐁외교’에서 스포츠가 외교를 대체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상외교로 나아가기 위한 완충지대이자 접촉 통로 역할을 한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둔 1월 17일 문재인 정부가 남북여자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발표하고 1월 25일 진천선수촌에 북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이 사건을 두고 스포츠의 ‘절차적 공정성’을 무시하고 선수들의 ‘기회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치가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물론 단기적인 남북 긴장 완화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지속적인 정치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스포츠는 외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스포츠는 분명히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가교일 뿐, 외교 자체는 아니다.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면 스포츠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적 선전·선동만 남는다는 것을 분명히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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