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인구를 1000만명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가 부결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약 55%가 반대해 인구 상한제 도입안이 부결됐다. 이 안건은 스위스 인구가 2050년까지 1000만명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기준 도달 시 비자 발급 중단 및 유럽연합(EU)과의 ‘인적 이동 자유 협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건을 발의한 극우 성향의 스위스국민당(SVP)은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증가가 주택난, 교통 혼잡, 공공서비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인구는 2002년 730만명에서 현재 910만명으로 약 25% 증가했다. 전체 인구 중 외국 국적자 비중은 27% 수준이다.
스위스 정부와 재계, 주요 정당들은 EU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며 인구 상한제에 반대했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인적 이동 자유 협정을 통해 EU 시민들의 취업·거주를 허용한다. 인구 제한 정책이 시행되면 이 협정을 사실상 파기해야 하고, 그 여파가 EU 단일시장 접근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업들도 인력난이 심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인구가 25% 늘어난 기간 동안 국내총생산(GDP)도 24% 증가해 이민이 경제에 기여해왔다고 본다. 스위스 인구의 약 20%가 65세 이상인 만큼 연금과 복지 체계를 유지하려면 젊은 노동력 유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빈센트 수빌리아 제네바 상공회의소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매우 감정적인 투표 캠페인이었지만 결국 이성이 승리했다”며 “스위스 경제뿐 아니라 EU와의 관계에도 긍정적 신호”라고 했다.
외신들은 스위스인들이 사회 문제의 원인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포퓰리즘적 해법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BBC는 “스위스 유권자들은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을 이민에서 찾는 정치적 해법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민자 비난이나 강경한 이민 통제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확신을 갖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다만 이민 증가에 따른 부작용과 내부 불만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스위스 일간 노이에취리허차이퉁은 “찬성한 45%의 민심은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위기 경고를 넘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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