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이=이준호 기자] 수년째 정보기술(IT) 전시회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며 미래 먹거리로 꼽혔던 확장현실(XR) 기기와 로봇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산업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그동안 폼팩터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모바일과 전통 가전을 이을 핵심 미래 산업으로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각각 XR 기기와 상업·가정용 로봇의 본격적인 상용화 및 인프라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 구글·퀄컴 연합으로 XR 플랫폼 표준 정조준
=삼성전자는 애플 '비전프로' 대중화 고전 사례를 거울삼아, XR 기기의 확실한 B2B(기업간거래) 수요처를 먼저 확보하며 미래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8일부터 '갤럭시 XR'을 대상으로 구글과 공동 설계한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안드로이드 기기용 기업 관리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엔터프라이즈' XR 버전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단순한 기기 보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백대의 기기를 중앙에서 원격으로 제어하고 앱을 배포할 수 있는 관리 솔루션을 함께 제공해 다가올 공간 컴퓨팅 시대의 산업 표준을 이끌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중앙 통제 시스템과 맞춤형 업무 솔루션을 통해 교육, 제조, 헬스케어, 리테일 등 실제 산업 현장으로 갤럭시 XR 도입을 가속화해 B2B 저변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업계는 삼성전자가 연내 스마트 글래스 '갤럭시 글래스'를 출시하며 스마트 안경 시장 선점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재인 삼성전자 MX사업부 XR R&D팀장(부사장)은 "기업이 XR 기반 솔루션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미래 생태계 구축 의지를 분명히 했다.
◇LG전자, 로봇 사업 본격화...핵심 부품 공급사 도약 나선다
=과거 전장(VS)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안착시킨 LG전자는 로봇 분야에서 제2의 성공 신화를 노리며 미래 비전을 그리고 있다.
B2B 영역에서는 로봇을 차세대 산업 인프라로 접근해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베어로보틱스 지분 투자 등 외부 수혈을 통해 상업용(서빙·배송) 로봇 라인업을 강화한 LG전자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를 늘리며 글로벌 로봇 인프라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래 핵심 역량 확보 차원에서 로봇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직접 설계 및 생산해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공급하는 B2B 부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가전용 모터 기술력을 활용해 향후 수십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액추에이터 시장 핵심 생태계 공급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류재철 LG전자 사장(CEO)이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이 같은 미래 융합 생태계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전통 가전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삼성과 LG 모두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꾀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질 양사 XR 및 로봇 인프라는 단기적인 실적 기여도를 떠나, 누가 먼저 다가올 미래 초연결 사회 표준을 장악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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