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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채화에 물든 제2의 인생

김해에서 활동하는 하경애(66) 작가는 늦깎이로 그림을 배웠다. 아픈 남편을 돌보면서도 붓을 놓지 않은 그는 최근 가족과 꽃을 담아낸 작품 스물다섯 점을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김해 ‘카페 더 와이’에서 연 첫 개인전 <수채화에 물들다>에서다.

수채화에 물든 제2의 인생

김해 하경애 작가 첫 개인전

아픈 남편 돌보며 틈틈이 작업

가족·꽃 담아낸 25점 선보여

남편 칠순 자리 겸한 개막식

가족들 “든든한 버팀목” 공로패

“두 번째, 세 번째 개인전 열고파”

하경애 작가가 15일 김해 ‘카페 더 와이’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김해에서 활동하는 하경애(66) 작가는 늦깎이로 그림을 배웠다. 아픈 남편을 돌보면서도 붓을 놓지 않은 그는 최근 가족과 꽃을 담아낸 작품 스물다섯 점을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김해 ‘카페 더 와이’에서 연 첫 개인전 <수채화에 물들다>에서다.

“일상의 틈 속에서 붓을 들었습니다. 긴 시간 아픈 남편을 곁에서 지키며, 때로는 수행하는 마음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제 손은 늘 그림을 향해 있었습니다.”(작가 노트 중)

작가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는 2022년이다. 당시 88세 고모님의 전시회가 부산에서 열렸는데, 작품을 감상하던 중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김해 내외동 주민자치회 미술기초반에 등록해 수채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막내딸이 물감 등 재료를 선물하며 응원한 가운데 작가는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붓을 놀렸다.

“처음엔 서툰 손길에 코도 삐뚤, 눈도 빼뚤한 그림이었지만, 그 모자란 조형조차 가족들에겐 큰 웃음꽃이 되었습니다. 삐뚤어진 선 하나에도 사랑 가득한 농담을 건네며 환하게 웃어주던 가족들의 응원 덕분에, 어느덧 그림은 제법 의젓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고 ‘참 좋다’는 따뜻한 격려도 듣게 되었습니다.”(작가 노트 중)

작가 노트에서 밝혔듯, 서툰 손길에 삐뚤빼뚤한 그림이 나왔다. 매주 한 차례 두 시간씩 수강했지만 스무 명이 함께 배우는 상황에서 심도 있는 학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독학하다시피 하나하나 터득했고, 사석에서 강사에게 인물화 작업을 배우는 등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나갔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면서 안팎으로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사들은 과감하게 도전한다고 평했다.

“아버지께서 그림을 잘 그리셨어요. 손을 잡으면은 하나도 (손을) 안 놓고 작품이 만들어졌거든요. (전시회를 연) 고모님의 딸이 미술 학원을 하고, 그 딸이 5월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하고, 둘째 딸이 부산에서 개인전을 하고, 제가 여기서 개인전을 하고요. 미술 재료는 디자인 일을 하는 제 막내딸이 구해줬고요. 집안에 예술적인 기질이 있는 거 같아요.”

하경애 작가가 15일 김해 ‘카페 더 와이’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김해 ‘카페 더 와이’에서 하경애 작가의 첫 개인전 <수채화에 물들다>가 열렸다. /류민기 기자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김해 ‘카페 더 와이’에서 하경애 작가의 첫 개인전 <수채화에 물들다>가 열렸다. /류민기 기자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10여 년 전부터 남편 간호가 작가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해졌고, 녹내장으로 한쪽 시력도 잃었다. 5년 전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현재도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작가는 남편의 수발을 들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매일 새벽 명상을 하면서 ‘필요한 곳에 잘 쓰이겠습니다’ 하고 원(願)을 세워요. ‘나도 좋고 남도 좋을 일을 하자’며 하루를 시작하는데요.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일으키잖아요. 행복도 내가 만들고, 불행도 내가 만들고. 웃는 낯에 복 들어온다고, 항상 웃고 다녀요. 제가 힘든 일 하는 거 남은 몰라요. 제가 찡그릴 필요도 없고. 남이 볼 때 ‘저 사람 인상 좋다’, ‘저 사람 좋은 일이 있는 갑다’ 하면 좋은 거 아니겠어요?”(웃음)

이 같은 마음씨 덕분일까. 가족과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은 밝고 따스하다. 산사음악회와 조카 결혼식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화폭에 풀어낸 작품들은 ‘보물 1호’다. 작약을 담은 작품은 노랑 배경 위로 분홍빛이 번지며 화면 밖까지 향기가 퍼져 나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장 풍경을 표현한 작품은 약 한 달에 걸쳐 완성했다. 생선 비늘을 하나하나 표현한 데서 정성이 엿보인다.

지난달 16일 김해 ‘카페 더 와이’에서 열린 하경애 작가 개인전 <수채화에 물들다> 개막식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하경애

붓을 잡은 지 1년여 만에 작품을 선보인 작가는 2023년 10월 ‘가을에 만나는 그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미술기초반 릴레이 개인전>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4년에는 ‘제17회 김해미술대전’ 특선, ‘제6회 김해시 주민자치센터 교양강좌경진대회’ 동상을, 2025년에는 <제18회 김해미술대전> 특선, <제7회 김해시 주민자치센터 교양강좌경진대회> 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16일 카페 더 와이에서 열린 개막식은 남편의 칠순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자식들은 두 사람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작가의 공로패에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복덩이 우리 엄마! 변함없는 헌신과 사랑으로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어머니 삶을 존경합니다. 엄마의 앞날에 더 큰 행복이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엄마의 자녀라서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행복한 가족과 함께 일상생활도 그려보려고 합니다. 작가로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개인전도 열어보려고요.”(웃음)

하경애 작가가 가족들에게서 받은 공로패. /하경애

/류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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