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회생 신청’ 사태, 왜
콘텐츠 사업에 공격적 투자 감행
‘냉부’ 등 흥행, 수익으론 못 이어
메가박스는 OTT 치여 장기 부진
신문과 방송, 드라마 제작사를 거느린 중앙그룹이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미디어 산업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읽지 못한 채 콘텐츠·중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5개사는 지난 15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JTBC가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지 사흘 만이다.
18일 관련 업계 취재 등을 종합하면 이들이 회생 절차 신청에 이르게 된 첫 번째 원인은 콘텐츠 흥행을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한 구조다. 콘텐츠 산업은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금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흥행 실패 위험도 크다.
JTBC는 드라마 <스카이캐슬>,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등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중앙그룹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제작·유통 부문을 분리해 계열사 SLL을 설립했다. JTBC는 드라마와 예능의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대부분 SLL로 넘겼다.
중앙그룹은 SLL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신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업황 악화로 상장이 무산됐다. 상장을 전제로 짜인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룹 전반에 유동성 압박이 커졌다.
두 번째는 영화관 업체 메가박스의 장기 부진이다. 중앙그룹은 영화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2010년대 중반 메가박스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이 겹치면서 극장 산업은 급격히 위축됐다.
대형 스포츠 중계권 투자는 여기에 ‘결정타’가 됐다. 중앙그룹은 2019년 2026~2032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데 이어 2024년에는 2026·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중계권까지 따내며 스포츠 콘텐츠 사업 확대에 나섰다. 중앙그룹은 지상파 방송사에 중계권을 재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판이었다.
전문가들은 중앙그룹 사태를 전통 미디어 산업 전반의 위기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의 ‘블랙홀’이 되면서 방송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방송광고 시장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콘텐츠 투자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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