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2일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열린 인천문화재단의 ‘2026년 쇼케이스 기획지원사업’ 실연 심의에서 심의위원들이 참가 작품을 심의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토끼 머리띠를 쓴 배우부터 실을 몸에 연결한 무용수들, 초록빛 장삼을 휘날리는 무용수까지. 지난달 12일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공연예술연습공간에는 서로 다른 작품을 준비하는 예술인들이 한데 모였다. 대기 공간에서는 배우와 무용수들이 차례를 기다렸고, 공연장 안에서는 연극과 무용 6개 작품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예술인들의 모습은 작은 축제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객석으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반 관객은 없었다. 조명이 꺼진 객석을 지키는 이는 심의위원뿐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박수 대신 심의위원들의 메모가 이어졌고, 무대 위에서는 단 15분 안에 작품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쇼케이스 실연 심의가 펼쳐졌다. 이날 열린 인천문화재단의 '2026년 쇼케이스 기획지원사업' 실연 심의는 기존 서류와 인터뷰 중심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무대를 통해 작품을 평가하는 시도였다. 참가 단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수개월간 준비한 창작의 결과를 압축해 보여줘야 하는 무대였다.
▲ 창작집단 동화의 ‘피그말리온 아이들’./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15분에 담아낸 작품의 가능성
이번 쇼케이스에는 서류심의를 통과한 연극 3개 단체와 무용 3개 단체 등 모두 6개 예술단체가 참여했다.
심사 결과, 지원작으로는 창작집단 동화의 '피그말리온 아이들'과 나누리무용단의 '텅(空)의 서사'가 선정됐다.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교육 제도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통제의 구조를 무대에 담았고, 텅(空)의 서사는 디지털 문명의 홍수 속 비움을 통한 인간성과 자유의 회복을 한국창작무용으로 풀어냈다.
이 밖에도 수지바트의 '뮤지컬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올라아트컴퍼니의 '와타시노 아버지', JS DANCE의 'Body+Code', 카르나인의 'SPORE: 미시의 잠복' 등이 각기 다른 시선과 형식으로 창작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단체마다 주어진 시간은 15분이었다. 한 작품이 끝나면 스태프들은 곧바로 무대를 정리했고, 다음 단체는 바로 옆 대기 공간에서 무대로 향했다. 공연장에는 박수 대신 정적이 흘렀고, 심의위원들은 공연 내내 메모를 이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가 단체들은 작품의 분위기와 형식, 본공연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집중했다.
▲ 창작집단 동화의 ‘피그말리온 아이들’./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심의는 김예림 무용평론가, 김호연 한국춤평론가회 연구위원, 윤대성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 이은경 월간 한국연극 편집주간, 임도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황정미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맡았다.
심의위원들은 총평을 통해 “지원신청서와 사업계획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작품의 실제 구현 가능성, 무대화 과정에서의 표현 방식, 참여 인력의 수행 역량, 향후 본공연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현장 실연을 통해 살펴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 나누리무용단의 ‘텅(空)의 서사’./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쇼케이스에서 본 공연으로…창작을 잇는 무대
선정된 두 단체에는 각 1900만원의 예산과 공연예술연습공간 무료 대관 등이 지원된다.
창작집단 동화는 2021년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출신들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창작극을 만들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기존 아동·청소년극이 어른의 시선에 머무는 한계를 넘어 청소년의 시선에서 지금 유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나누리무용단은 2005년 창단 이후 한국 전통춤과 창작춤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무용제 은상과 한국무용제전 관객평가 1등상 등을 수상했으며, 해외 초청공연을 통해 한국 창작무용을 알려왔다.
정우성 창작집단 동화 연출가는 “쇼케이스 실연 기반 심사는 서류 중심 지원 방식으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의 분위기와 형식적 특징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다른 단체들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는데 경쟁이었지만 각 단체만의 색을 체험해볼수 있는 축제같은 장이었다”고 말했다.
강선미 나누리무용단 대표는 “실연 기반의 쇼케이스 심사는 창작자에게 실험적이고 이색적인 예술적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고 당시부터 큰 설렘과 기대감을 주었다”며 “안무가가 제시하는 메시지와 내재된 작품성, 발전 가능성을 무대 위에서 직접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창작집단 동화의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오는 10월 24일, 나누리무용단의 '텅(空)의 서사'는 11월 14일 청라블루노바홀에서 각각 관객과 만난다.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기존 서류와 인터뷰 중심 선정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실연 기반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며 “창작부터 본공연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을 통해 공연예술 창작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나누리무용단의 ‘텅(空)의 서사’./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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