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민주노총에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를 요청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소상공인도 좀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별로 납품 업체끼리 또는 체인점끼리, 아니면 지점끼리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노동자는 본질적으로 약자라서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소상공인의 단체행동권에 대해선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파업 등을 할 권리를 제외하곤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겐 단체교섭권이 부여됐다. 기존에는 소상공인이 공동으로 행동하면 공정거래법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금지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가맹점주가 공동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납품 단가 등의 협상을 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가맹점주협의회는 부당 공동행위 금지 조항 적용이 제외되면서 단체교섭이 가능해졌다. 개정 가맹사업법은 오는 12월 31일부터 시행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소상공인 중 단결권·단체교섭권 부여 대상을 가맹점주뿐 아니라 더 넓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반 납품업체나 배달 앱 입점 업체 등은 여전히 단결권·단체교섭권이 없다. 반면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라는 점 ▶납품을 받는 업체 등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측면에서 반발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사업자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2년 뒤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규정한 현재의 기간제법 문제를 다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상시 고용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 버렸다”며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을 계약해야 한다는 조항만 보면 아주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측에서는 1년 11개월을 딱 잘라 고용을 하고 절대로 2년 넘게 계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서도 “정규직화를 강제하기 위해 제정했는데, 실제로는 2년 이하로 고용하는 걸 강제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력 차이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정규직은 조직이 잘 돼 있고, 단단하게 뭉쳐 권리 확보를 잘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제 정규직을 절대 뽑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 돼 버렸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같은 피지컬 인공지능(AI) 도입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 변화가 아니라 소멸”이라며 “자동화가 곧 일자리 상실이라는 역사적 경험 속에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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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AI 노동영향평가 도입” 요청에…이 대통령 “피할 수 없으니 대책 논의를”
그러면서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하듯이 노동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검토하는 노동영향평가를 전면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대통령은 “걱정이 크지만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동계에서 대책을 논의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간 제기된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 사업장에 대한 교섭 요구가 1000건을 넘어섰다. 이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3월 10일부터 4월 9일까지 하청 노조·지부·지회 1011곳(조합원 14만6000명)이 원청 사업장 372곳을 대상으로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민간 부문은 216개 원청을 대상으로 616개 하청 노조가, 공공부문은 156개 원청을 대상으로 395개 하청 노조가 각각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 상급단체별로는 원청 기준(중복 포함)으로는 민주노총 356개, 한국노총 344개, 미가맹 노조 52개 등이다.
교섭 요구를 받은 뒤 법에 따라 이를 공고하고 교섭 절차에 들어간 원청은 33곳(8.9%)에 그쳤다. 노조법은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7일간 이를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 등이 불확실해 공고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교섭 요구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동위는 이런 신청 사건 대부분에서 하청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9일까지 사용자성 인정과 관련해 총 25건의 결정이 이뤄졌는데, 이 중 19건(76%)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거나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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