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진 영상뉴미디어부 뉴콘텐츠팀장
EBS 간판 프로그램으로 성장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즌 5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2021년 여름 시즌 1 첫 방송을 한 이후 5년. 이번 시즌이 유독 힘겨웠던 건 윤석열정부 당시 정부 지원금이 전액 삭감된 채 자체 예산으로만 편성된 탓이 컸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프로그램은 존폐가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였다. 최대 2년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석학 섭외는 불투명해졌고 시리즈 방송 제작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렇게 끝나는 건가’라는 안팎의 우려를 씻어내고 위대한 수업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정부 지원이 없었던 시즌 5에서도 고전 테마를 중심으로 셰익스피어와 헤겔에 대한 강의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이 출연한 문학 강의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다만 예산상의 한계로 다른 시즌에 비해 출연자나 편성 횟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다행히 지난해 가을 예산안 심사 때 올해 지원 예산이 복구되면서 올가을 방송 예정인 시즌 6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석학들이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곳곳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주제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국내 오프라인 포럼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질의 다큐와 지식 콘텐츠로 명성이 높은 EBS에서도 ‘위대한 수업’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시청자 반응이나 온라인 댓글에서도 새 시즌마다 ‘미친 라인업’이란 호평이 대다수다. 공영방송에서 이 정도로 수신료의 가치를 입증하는 프로그램이란 찬사를 듣는 프로그램도 드물다. 하지만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늘 고비가 있었고 감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시리즈 초창기에는 콧대 높은 석학 섭외가 벽 그 자체였다. 편성을 결정하고 예산 지원을 확정한 순간에도 ‘이게 될까’라는 의문은 늘 따라다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점이었고 촬영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제작진은 당시 출연진의 의사를 존중해 무더운 여름날 방호복을 입고 촬영을 해야 했다. 제작 노하우가 축적되고 해외 석학 커뮤니티에 인지도가 높아지던 중반기에는 적자를 냈던 회사의 제작 여건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까지도 EBS 자체 예산과 함께 매칭됐던 수십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아예 끊기면서 제작진은 늘 프로그램 지속 여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국민적 응원 덕분이었다고 한다. EBS의 한 간부는 “지식의 변방인 나라에서 유명 석학을 직접 촬영하고 방송하는 게 가능하다는 효능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예산이 전액 삭감됐을 때도 근황을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댓글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지성들의 강의를 지역적 한계나 빈부 격차를 넘어 전달해 보자는 야심 찬 기획. 아름답지만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프로젝트는 지난 5년간 출연자 152명, 강연 805편의 방대한 지식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물론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 각 분야 권위자들이 포함됐다. 위대한 수업 제작진은 “인류의 지적 자산을 전 세계에 공유하고 싶다. 한국의 교육 공영방송이 진행하는 지식의 민주화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로 석학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수신료 2500원 중 고작 70원을 받는 EBS가 만드는 ‘위대한 수업’ 시리즈. 세계 최고의 지식을 책이 아닌 생생한 강의 영상으로 접할 수 있게 만든 그 노력과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 내부적으로는 출연자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올해는 또 어떤 석학들이 등장해 우리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전달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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