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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상 읽기]진리와 개소리 사이에서

유명한 먹자골목에서 비슷한 업종의 식당들이 저마다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원조란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주체를 일컫는 말로서, 복수의 원조란 성립할 수 없다. ‘진짜 원조’와 ‘진짜 진짜 원조’의 난립은 당혹스럽다. 이때 원조라는 말은 공허한 수사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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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원 정치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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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먹자골목에서 비슷한 업종의 식당들이 저마다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원조란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주체를 일컫는 말로서, 복수의 원조란 성립할 수 없다. ‘진짜 원조’와 ‘진짜 진짜 원조’의 난립은 당혹스럽다. 이때 원조라는 말은 공허한 수사로 전락한다.

철학자 프랭크퍼트는 이와 같은 헛소리, 즉 ‘불싯(bullshit)’의 본질이 진리값에 대한 무관심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상황을 모면하거나 허세를 부리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 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은 진리 여부에 의존한다. 가령 “경향신문의 모든 기사는 날조되었다!” 같은 발언을 생각해보자. 이 발언은 언뜻 사실과 거짓을 엄밀히 구별하는 듯하지만, 모든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 없이 내뱉은 말이라면 그저 진위에 무신경한 개소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먹자골목의 원조 논쟁은 ‘불싯’의 이면에 진리에 대한 강박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기사는 날조되었다”는 진술은 헛소리처럼 보이지만, 모든 언론이 부패했다고 믿는 사람은 대안 경로를 통해 진짜 진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진리에 대한 열망이 어떻게 진리에 대한 무관심으로 귀결되는 것일까?

선거관리의 부실 논란으로 재점화된 부정선거론을 접하면서 문득 ‘진짜 원조’를 찾다가 원조라는 말이 헛소리가 되어버린 상황을 떠올리게 됐다.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는 사람들은 재선거가 이루어지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들은 어떤 선거를 공정한 선거로 받아들일까? 선거 결과에 대한 최종적 수용이 결코 불가능하다면 부정선거론은 ‘불싯’이 된다.

만약 부정선거론이 ‘불싯’이 아니라면 종착점은 무오류의 선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선거’가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강박은 또 다른 ‘진짜 진짜 선거’를 소환하고 부지불식간에 ‘공정’을 공허한 수사로 만들 것이다. 오류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만 무오류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오류의 선거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진리 강박에 빠져드는 순간 민주주의에서의 진리가 공존이라는 정치적 틀 안에서 사유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망각된다.

선거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를 만든다. 승자가 주권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하나의 정치적 진리를 획득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때때로 불완전한 판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개소리로도, 진리로도 환원될 수 없다.

‘진리 정치’가 우리가 이미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면, ‘불싯 정치’는 진리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라는 헌법의 문장도 진리를 향한 강박 속에서는 누가 진짜 국민인지를 가려내는 논리로 변질될지 모른다. ‘불싯 정치’는 토론을 회피하거나 종식시키기 위한 수사로 이 문장을 활용할 것이다.

반면 민주주의는 모두가 진리를 알 수 없기에, 이 문장이 지닌 진리값을 함께 숙고하는 일을 과제로 삼는 체제다. 무오류의 선거만큼이나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진리를 이미 알고 있다는 오만과 진리를 외면한 개소리 사이에서 잠정적인 진리를 수용하는 겸허한 태도다. 동등한 사람들이 공존을 위해 선택한 정치적 삶 속에서 진리가 여전히 의미를 지닐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의 정치공동체로 남게 될 것이다.

조무원 정치학 연구자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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