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세청 조사4국 효제별관]
임광현 국세청장이 ‘자상한 조사’를 국세청의 새로운 트렌드로 발표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세무조사는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나 정책 드라이브 직후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전격 투입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조세 정의 실현을 넘어 정치·정책적 목적의 강력한 ‘사정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정일보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착수한 비정기 세무조사는 총 8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조사1국, 4국은 물론 오로지 기자들의 정보망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일부만 공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조족지혈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조사4국이 전격 투입돼 비정기 조사에 착수한 기업은 금융, 대기업, 사모펀드, 플랫폼, 프랜차이즈, 외투법인 등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조사국장만 6번 역임한 조사통이다. 국세청 차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하기 전까지 현직에서 중부청 조사1, 4국장, 서울청 조사1, 2, 4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을 역임했다.
공직 생활이 끝난 뒤에는 세무법인 선택을 설립해 2년도 되지 않아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단기간에 업계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국회의원 생활을 하다 이 대통령의 부름으로 다시 국세행정 전면에 복귀했다.
친정으로 돌아온 임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기획 세무조사를 잇달아 발표했다. 취임 일주일 만에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세무조사를 발표했고, 열흘 뒤에는 강남3구 등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 탈세자 49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취임 두 달 째에는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 55개 업체를 선정해 조사에 나섰다.
특히 본청 조사국 과장 여섯 자리를 모두 물갈이하는 등 조사 파트에서는 실무자들을 전원 교체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부동산 탈세, 민생탈세, 주식시장 탈세 등에 중점을 두고 기획조사 브리핑을 했다. 특히 부동산 파트에서는 이 외에도 부동산 증여 전수검증, 자금조달계획서 실시간 공유, 초고가주택 전수검증 등 강남4구부터 한강벨트까지 현미경 검증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물론 조사4국의 칼날은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금융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사전 예고 없이 조사4국 인력이 대거 투입돼 장부 등을 예치한 데 이어, 사흘 뒤인 11일에는 메리츠증권마저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내 대형 은행사조사에 조사4국이 투입되었다는 소식은 10년 만의 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또 예를 들면 식품·외식업계에서는 대한제분, 디앤비컴퍼니, 샘표식품, 샘표아이에스피, 삼양사, 큐원, 오뚜기, 오비맥주, KG에프앤비, 파리크라상, SPL, 런던베이글뮤지엄 등이 4국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가 생활물가 안정과 민생경제를 강조하는 시점과 맞물려 식품·외식업계 전반으로 세무조사가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부동산 분야에서도 롯데건설, 현대건설, 대명종합건설, 대명루첸, 부산오션파크, 부영주택 등이 4국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플랫폼·IT·모빌리티 분야에서는 IMS모빌리티, 한국오라클, 페이스북코리아, 리빙소프트 등이, 제약·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서울유니온약품, 호성약품, 유메디칼, 삼성제약, 자생의료재단, 제이시스메디칼, 젬백스앤카엘 등이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나왔다.
◆ 야당 “대통령 말 한마디에 착수” 비판
재계가 주목하는 가장 큰 특징은 조사4국 투입의 ‘타이밍’이다. 조사의 시작점이 국세청 자체의 세원 누락 포착이라기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적 메시지 직후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국세청이 역사적 오명을 쓰게 된 ‘정치적 하명조사’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하나금융·하나은행과 메리츠증권에 대한 기습 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약탈적 금융을 근절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질타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전격 진행됐다. 지난해 쿠팡 계열사에 대한 조사4국 투입 역시 정권발 플랫폼 규제 목소리와 맞물려 해석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활용한 편법 상속 논란을 언급한 이후 국세청이 곧바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세무조사 외에도 전수검증 카드도 계속 꺼내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조사4국의 움직임을 단순한 조세 행정이 아닌 정권이 추진하는 메시지로 해석한다. 다만 국세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이같은 세무조사권의 행사가 정치적으로 비추어지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정권 코드 의식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임 청장의 인사청문회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임 후보자가 정치인을 하다가 국세청장이 된 첫 케이스고 앞으로 다시 또 정치를 하게 될 생각이 있다면 정치적인 외풍에서부터 자유롭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여당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면 정치적인 세무조사는 물론 안 하시겠죠”라며 “특별 세무조사도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과거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이 특별조사국으로 불리는 조사4국을 폐지하라고 일갈했던 것과는 강도가 달랐지만 조사4국 조사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시그널은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다만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구체적인 탈루 혐의와 과세 자료를 토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특정 정책이나 정치적 고려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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