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양재동 현대차 사옥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실적 호조를 근거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잇달아 요구하면서 재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까지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노사 협상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기본급 1천%였던 상한선을 폐지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순 계산 시 약 20조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시장 전망치인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270조원을 적용하면 약 40조5천억원 규모다. 노조 측은 당초 20% 기준으로 교섭을 시작했으나 조정 과정에서 1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상여금 800% 인상, 완전월급제 도입 등을 포함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 10조3천648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3조원 이상 규모다.
노조 측은 기업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개선된 만큼 조합원에게도 성과를 즉각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업황 변동성과 투자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종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자동차 업계 역시 미국 관세 정책, 글로벌 수요 둔화,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한 해 호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 기준선이 높아질 경우 향후 업황 둔화 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성과급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 요구액은 지난해 회사 연구개발비 37조7천404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노조 요구 규모 역시 지난해 연구개발비 5조5천275억원에 근접한다.
주주 환원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11조1천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노조 요구 성과급 규모는 이를 크게 웃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보다 성과급 지급이 우선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 개선에 따른 보상은 필요하지만, 중장기 투자와 주주가치, 미래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성과급 논의가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기업 자본 배분 구조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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