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중소기업 직원들 “자괴감 든다”
경영자 “직원관리 힘들다” 토로
벤처인, 테크업계 부담가중 우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A씨는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을 보고 자괴감이 몰려왔다고 한다. A씨는 “수 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지금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생각하며 괴로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 대표 B씨는 “삼성전자의 파업이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해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걱정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관련 잠정 합의을 도출하면서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대체로 받아본 적 없는 성과급에 자괴감을 느끼는 한편,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직원들 관리 뿐만 아니라 채용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밤 삼성전자 노사는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게 됐고,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세전 최대 6억원가량(연봉 1억원 기준)의 성과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적자가 유력한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도 최소 1억6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에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우울한 심정이다. 성과급을 논하는 것 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직원 C씨는 “몇 년 동안 노력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는데 성과급을 받은 기억이 손에 꼽는다”며 “대다수 중소기업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재직자 D씨는 “실적이 좋을 때도 생각하기 힘든 게 중소기업의 성과급”이라며 “노조가 있는 게 이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표들은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가 다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력 채용과 관련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스타트업 대표 E씨는 “이렇게 반도체 부문이 많은 성과급을 주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필요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밝혔다. E씨는 스타트업계의 임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 노조가 욕심을 부린 것 같다며 비판하는 입장이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대표 B씨는 삼성전자의 투자 재원이 성과급으로 활용되는 건 아니냐며 걱정했다. B씨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순 있지만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바라는 건 과도하다”며 “이해당사자들 빼곤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TSMC처럼 기업 하나가 나라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키워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회사와 임직원들이 힘을 하나로 합쳐도 모자랄 판에 파업까지 하는 건 안타까운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표는 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대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소재 스타트업 대표 F씨는 “메모리 수요 증가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해도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호황일 때야 상관이 없지만 나중에 업황이 안좋아지만 회사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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