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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생님 글]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 세계가 대구로

8월에 개막식을 올리고 13일간의 여정을 달렸던 2026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가 지난달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통역 자원봉사자로 외국인들과 최일선에서 의사소통을 했던 경험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선생님 글]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 세계가 대구로

김민중 대구월배초등학교 교사

8월에 개막식을 올리고 13일간의 여정을 달렸던 2026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가 지난달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통역 자원봉사자로 외국인들과 최일선에서 의사소통을 했던 경험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알다시피 이 대회는 인기 있는, 잘 알려진 그런 대회가 아닙니다. 대구시민들도 이 대회가 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 대회는 쉽게 말해 아마추어 취미 육상인들이 자기 돈 내고 모여서 즐기는 대회입니다. 공인된 세계적 수준의 진행 역량으로 정확한 기록과 순위를 매기지만 심지어 금메달을 따도 상금이 전혀 없는 순수한 취미형 스포츠 대회입니다. 그래서 종목별로 연령대를 나누어 경기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100미터 달리기라도 30대, 40대, 50대 등으로 나이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참가합니다. 올림픽 같은 것은 나이 제한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최대한 젊고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연령대끼리 겨루게 되므로 엘리트 스포츠라고 하고, 마스터즈는 나이에 따라 기량을 겨루는 순수 취미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년배 선수끼리 기량을 겨뤄서 우수한 선수에게 시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금도 없고 참가비도 본인이 부담합니다. 그뿐 아니라 선수촌도 없고 식사 제공도 없어서 대회 기간 동안 숙식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돈을 쓸 수밖에 없는 대회입니다. 그래서 각 선수들은 비행기부터 숙소까지 조직위원회의 안내를 받아 스스로 부담하며 대회에 참가합니다. 따라서 선수들이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결국 육상도 하는 해외여행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세계적인 규모지만 다분히 가족적인 분위기의 대회입니다.

그러면 제일 중요한 것이 당장의 숙식과 더불어 관광입니다. 누구나 해외여행을 가면 그곳의 유명 관광지나 명물을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선수들도 대구에 왔으니 대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대구를 즐기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무료 대중교통카드를 배부하고 서문시장, 동성로 등 유명 관광지에서는 적극적인 홍보도 하며 관광객 유치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을 실제로 안내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눈에 보였습니다.

첫째, 유명 관광지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실제로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기장에서 대구의료허브, 서문시장, 동성로 등을 홍보하는 부스는 있었지만 실제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돈이 되는’ 혜택이 별로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방문하면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나 현금 바우처 등이 가장 유용할 텐데, 그런 것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유인책은 효과가 작지 않습니다. 가령 서문시장이나 동성로에서 사용할 상품권 1만원을 제공한다면, 원래 갈 계획이 없었지만 상품권 때문에라도 한번 가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면 1만원은 써야 하니까 의도치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추가 소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상품권을 받아도 안 올수도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방문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실제로 없었습니다. 사실 그런 돈이 얼마나 한다고, 외국인의 방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다면 그 정도 투자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둘째, 대구의 대중교통이 아직 영어 안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은 물론 색깔 구분이 잘 되어 있지만 그와 동시에 환승역마다 영어 안내판도 꽤나 충분히 제공되어 있습니다. 워낙 많은 외국인이 방문하는 국제 도시이기에 자연스럽고 펀리합니다. 그런데 대구의 지하철은 처음 타보는 외국인에게는 그다지 편리하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역마다 직원들을 붙들고 길은 묻는 외국인이 많아서 통역이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일반역은 영어 안내판이 거의 없고 가장 중심 환승역인 반월당역도 환승이 쉽지 않았습니다. 3호선 환승역인 명덕역으로 안내하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국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외국인에게는 깜깜절벽인데 그런 배려가 대회 기간 동안이라도 좀 있었어야 했다 싶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기차역인 대구역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서울은 서울역, 부산은 부산역인 것처럼 외국인은 당연히 대구 하면 대구역만 생각하고 서울에서 대구역 가는 기차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대구역은 대구의 중심역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서울을 오갈 때 동대구역을 이용합니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서울역에서 고생스럽게 몇 개 있지도 않은 대구역행 느린 열차를 타야만 했습니다. 커다란 여행가방과 함께 서너시간을 입석으로 와서 지친 외국인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게다가 셔틀버스도 동대구역만 운행했는데, 처음 와서 동대구역이 있는지도 모르는 외국인들은 왜 대구역에 셔틀버스가 없냐고 지친 몸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경기장이나 호텔까지 가는 택시비에 계산기를 두드리며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들을 달래며 귀국할 때는 절대로 대구역 오지 말고 반드시 동대구역으로 가라, 거기서는 서울 가는 2시간짜리 고속열차가 넘쳐난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동대구역의 존재도 몰랐던 외국인은 그 안내에 정말로 고마워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다른 나라 어떤 도시에 갔는데 그 도시엔 도시 이름이 아닌 다른 역이 중심역이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런던에 갔는데 런던역은 사람이 거의 없고 동런던역만 중심역이라고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동런던역이 있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대구에서는 실제로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안내를 안 해준 것입니다. 얼마나 안타깝고 어찌 보면 역지사지의 배려가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셋째, 대구의 관광지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대구에 왔는데도 다시 경주나 부산을 찾았습니다. 대구에는 놀거리, 즐길거리가 그만큼 없다는 것입니다. 부산 가는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대구에서 좀 더 즐기기를 권했지만 어디서 뭘 할지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말에 대구 사람인 저도 딱히 이곳에 꼭 가보라는 말을 할 곳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실컷 대구로 온 관광객을 부산 해운대에 빼앗기는 현실에서 정말 ‘노잼’ 도시가 맞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대회 자체의 진행은 정말 수준 높았고, 무엇보다 대구시민은 정말 친절했기에 수많은 외국인에게 좋은 기억을 남겼습니다. 꼭 다시 찾고 싶은 도시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떡볶이와 막창 맛을 잊지 못하며, 저렴하고 다양한,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패션과 서비스가 정말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알다시피 대구는 전국 최저 수준의 물가를 자랑하기에 자부담 여행에서 그보다 좋은 조건이 없습니다. 뉴욕 지하철은 환승 없이 기본료가 3달러, 우리 돈 5천원 정도인데 대구 지하철은 2천원도 안합니다. 엄청난 차이의 매력입니다.

폐회식에서 작별을 나누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괜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 다시는 못볼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선수들을 떠나보내며 대구가 이렇게 세계로 올라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살인적인 폭염을 이겨내며 대구만의 역량으로 멋진 대회를 치러내고 세계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구시민임이 정말 자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구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좀 더 확실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다시금 절실히 느꼈습니다.

김민중

대구월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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