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 열정의 결실인 흰다리새우 시험생물 수확하는 모습. /사진제공=서해수산연구소
우리 식탁에서 새우는 참 다채로운 얼굴로 만난다. 김치의 감칠맛을 살리는 새우젓부터 가을 저녁 입맛을 돋우는 소금구이, 그리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손이 가는 새우깡까지 새우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식생활과 가까운 수산물이었다. '새우젓에서 새우깡까지'라는 말 안에는 한국인의 음식문화와 서해의 생태, 그리고 어업과 양식의 변화가 함께 담겨 있다.
새우젓은 오랫동안 우리 음식의 감칠맛을 더하는 중요한 식재료였다. 국과 찌개, 김치와 젓갈 문화 속에서 새우젓은 주연이기보다 조연으로 맛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 원료가 되는 젓새우는 작지만, 우리 식문화와 서해 연안 어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우리가 흔히 밥상 위에서 만나는 새우젓 한 숟갈 뒤에도 실제 바다와 생산 현장의 변화가 놓여 있다.
우리나라 대표 양식품종 흰다리새우./사진제공=서해수산연구소
새우 수확 행사에 제공된 새우 소금구이./사진제공=서해수산연구소
새우의 또 다른 얼굴은 새우깡의 원료가 되는 꽃새우다. 꽃새우는 몸에 붉은빛이 감돌고, 대하보다 작은 중소형 새우로 우리나라 서해에 주로 서식한다. 작지만 향이 진하고 감칠맛이 좋아 가공 원료로 널리 쓰인다. 새우젓과 새우깡은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이지만, 결국 둘 다 서해와 연안 바다에서 시작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을철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해 특산물인 대하는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식품종으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질병 문제로 양식 생산이 크게 줄었고, 지금은 자연산 어획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국내 양식 새우의 중심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흰다리새우로 전환되어 연평균 14% 양식 생산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양식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새우 양식 생산량은 2022년 9500t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3년 급성간췌장괴사병(AHPND) 영향으로 지금의 7000t 수준으로 감소했다. 새우를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이 키우는 일이 아니라, 질병을 관리하고, 수질과 양식 환경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가 질병에 강한 종자 개발과 집중호우 시 염분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의 보급에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대하와 흰다리새우 구분(위 대하, 아래 흰다리새우)/사진제공=서해수산연구소
더욱이 기후 위기는 양식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있다. 태풍, 집중호우, 고수온과 같은 재해가 일상화되면서, 이제 새우 양식업도 '얼마나 생산하느냐' 만큼이나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중요하며, '재해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양식'에서 '재해가 오기 전에 준비하는 양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우 한 접시의 가격 뒤에는 기후 위기와 질병, 시설과 기술, 그리고 어가의 불안이 함께 놓여 있다.
그럼에도 새우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바다의 맛이다. 해양수산부가 8월의 수산물로 새우류를 선정하며 소개했듯,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맛과 영양을 모두 갖춘 서해의 대표 수산물이다.
새우젓의 원료가 되는 작은 젓새우부터 양식장에서 자라는 흰다리새우, 가을 식탁을 장식하는 대하에 이르기까지, 새우는 우리 식탁과 수산업의 변화에 함께 해왔다. 전통 발효식품의 깊은 맛도, 대중 스낵의 고소함도, 결국은 바다에서 시작된다. 서해의 작은 새우 한 마리 이야기는 결국 우리 바다와 수산업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와 질병이라는 도전에 맞서 스마트 양식 기술로 안전하고 건강한 새우를 국민 식탁에 올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새로운 '새우 이야기'다.
김수경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연구사
/김수경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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