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웠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참정권 박탈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이번 지선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은 명확하며, 주택시장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부동산 심리라는 용어는, 주택 소비자 심리라고 하는 편이 옳다. 어쨌든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 변화를 사전에 예상해서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 데, 매수세를 촉진하는 낙관적 전망과 매도세를 부추기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진영의 표를 결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같은 현상을 보고도 진영에 따라 진단과 해석이 제각기다.
원론적으로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과 비주거용 부동산으로 나뉘는데, 비주거용 부동산을 상업용 부동산, 혹은 투자용 부동산이라고 부르지만, 교과서적인 구분일 뿐, 현실에서는 주거용 부동산도 투자의 대상이고, 변동성의 폭이 너무 커 투자인지 투기인지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현재 문제가 되는 건 주거용 부동산, 주택이며 그중에서도 공동주택(아파트)이다. 정부 규제도 아파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다른 부동산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외국과 비교할 때도 있는데,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이번의 지선 결과로 나타난 주택 소비자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엔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는 주택 관련 규제였다. 정치인들은 민심을 하늘처럼 여긴다고 하지만, 정작 민심과 이반 된 규제로 줄곧 앞서 나가던 여당 후보가 탈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산을 지키고, 시장에 반하는 규제에 저항하는 주택 소비자들의 심리가 과거 강남 지역에서 한강 벨트로 확산하여 전장도 넓어졌다. 강북 지역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냈고, 특히 다주택자, 비거주 주택 소유자, 고가 주택 소유자 등이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서민을 보호한다는 주택 관련 정책들도 실상은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공행진하던 주택 매매 가격은 주춤했지만, 전·월세가 상승하여 주거 비용은 더욱 늘어난 상태다. 앞으로 주택 보유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한다고 하는데, 늘어난 세금의 누적으로 임차인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시장은 여과 효과(Filtering Effect)로 나타나는 기제이므로 상, 하위 시장이 연동되어 있다. 고소득층 중심의 상위 시장을 압박하면, 중소득층, 하위 소득층 시장으로 영향이 미치기 마련이다. 선진국이 고소득층의 시장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이유는 중간 소득층과 하위 소득층의 필터링다운 효과를 기대해서다. 상위 계층이 주택을 좀 더 나은 수준으로 옮겨가면, 그 자리는 다음 계층이 소비하는, 이른바 연쇄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갖는 ‘공정’에 대한 불만도 한 몫을 했다. 마지막 희망이던 주거 사다리마저 끊기는 엄중한 상황에서 4050세대가 보여준 위선과 독선의 그림자는 짙었다. 늘어난 주거 비용으로 실질 소득은 감소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최소한의 주거 수준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이 고스란히 표심으로 작용했다.
청년 세대에게는 저렴한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상책이다. 출퇴근이 쉬운 곳에 적정한 가격으로 적정한 면적과 수준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수요 억제책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가 없다.
진영을 떠나 주택시장은 사람들의 가치와 만족, 욕망과 탐욕, 생활과 철학이 담긴 복합체이기도 하다. 주식 투자는 선하고, 주택 투자는 악하다는 이분법적 논리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위험자산은 주식이지, 주택이 아님을 소비자들은 알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고 안전자산인 주택에 투자하는 건 상식이고, 지금까지의 관례이기도 하다.
주택을 소유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월등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를 억제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진영과 이념을 넘어선 보수적 대안도 한 번쯤은 검토해 보는 수용성이 필요하다. 주택 가격의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연 물량이고, 공급이 늘면 가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간 부동산시장에 대한 진보적 처방은 수요 억제책에 기반한다. 다주택자와 주택 소유자의 조세부담을 강화하여, 시장에 물량이 나오도록 해서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진보정권이라도 한 번쯤 보수적 처방책을 써보는 게 어떤가 싶다. 어떤 정책과 규제든 처음부터 진영별 저작권이나 판권이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진영이든 실용적으로 가져다 쓰면 되고, 공급 확대책은 보수 진영의 전가보도(傳家寶刀)도 아니다.
문제는 신속하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 관련 규제를 혁파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권 지지율이 높을 때.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하고, 세대, 계층별로 필요로 하는 저렴한 주택을 소비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서충원 전 강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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