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우려…60%는 대기업 치중
당국, 소상공인 특화 신평체계 도입
생산적 금융 원년인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이 기업대출을 3개월간 15조원 이상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중 60% 가까이는 대기업대출이다. 자본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특명을 받았으나 은행권은 신용도 평가가 쉽고 돈 떼일 우려도 적은 대기업 대상 영업에 주력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자영업자대출을 늘리기 위해 소상공인 대상 신용 평가 체계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59조7738억원이다. 2025년 말(844조7254억원)보다 15조484억원(1.78%) 증가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179조119억원으로 3개월 새 8조7127억원(5.12%) 늘었다. 대기업대출이 전체 기업대출 증가분의 58%를 차지한다. 이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5조2995억원(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대출 증가 폭은 1조362억원(0.32%)으로 이보다도 더 작다.
은행권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대출과 자영업자대출을 늘리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2%, 자영업자대출은 0.71%로 대기업대출(0.13%)보다 훨씬 높다. 기업대출이 연체되면 그만큼 충당금을 적립해야 해 이익잉여금이 감소하고 일부 금액에는 15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보통주자본비율이 이중으로 깎인다. 주요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과 연계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재원을 마련하려면 이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에 금융 당국은 소상공인 특화 신용 평가 모형(SCB)을 도입해 자영업자 신용대출 확대부터 유도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자영업자대출의 90% 이상은 담보나 보증을 끼고 있다. 신용대출 비중은 9.6%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사업 성장성이나 상권 등 미래 가치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SCB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영업자의 성장성을 산출, 신용도에 가점을 준다. 금융 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5대 은행과 IBK기업은행·제주은행의 자영업자대출 1조8000억원어치를 심사하는 데 SCB를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2028년부터는 은행권 전반의 포용금융 실적 평가에 SCB 도입 및 활용 내역을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SCB 도입 시 매년 약 70만명의 자영업자에게 연간 10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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