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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각이 한 뼘 커지는 인문학] 최재운 광운대 교수 "AI가 답을 만드는 시...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보면 인문학이나 예술 기반 사고를 가진 리더들이 많다. 슬랙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철학 전공자였고,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디자인 전공자였다. 기존의 틀을...

[생각이 한 뼘 커지는 인문학] 최재운 광운대 교수 "AI가 답을 만드는 시...

인문학은 타학문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지는 학문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정말 그럴까?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인문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익혀야 할 기초 교양이다. 인문학적 사유는 실용적 학문이나 사회 활동에 필요한 창조성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문학적 통찰과 실천의 접점이 생기면 우리의 삶은 더 풍성해질 가능성이 크다. 인문학적 지혜와 성찰이 중요한 이유다. 이에 본지는 ‘생각이 한 뼘 커지는 인문학’ 연재기획을 통해 일상 속 인문학 가치를 발견하는 데 조언을 들려줄 교수를 차례로 만나, 인문학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진솔한 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최재운 광운대 경영학부 빅데이터경영전공 교수는 “인문학을 한 마디로 정의내리자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학문”이라며 “AI 시대일수록 더 빠른 답보다 더 깊은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질문하고 고민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광운대 홍보팀)

-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광운대 경영학부에서 빅데이터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AI와 인문학이 만나는 교차점을 탐구하는 글을 쓰고 있고, 최근에는 『인간 없는 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대학에 오기 전에는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AI Center에서 Staff Engineer로 근무했다. AI 기술 개발뿐 아니라 AI 서비스 기획과 전략 업무까지 경험하면서, 기술을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맥락 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지금의 연구와 글쓰기도 그 경험 위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공학과 AI를 연구하시면서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던 경험이 컸다. 특히 역사책과 고전을 좋아했고 굉장히 많이 읽었다. 삼국지 같은 책은 지금까지 계속 읽고 있다. 공학이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준다면, 인문학은 “어떤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가”를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접하면서 사고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고,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게 됐다. 결국 인문학은 제 삶과 연구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 AI 시대에 오히려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왜 그런가.

“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답을 만드는 기계’다. 질문을 입력하면 굉장히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진짜 가치 있는 것은 답보다 질문이라는 점이다. 경영 현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같은 판단의 영역이다. 이런 부분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AI가 수능 문제를 푸는 시대가 됐지만, 문제를 만드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답을 잘 맞히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바로 그 질문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이다.

- 저서와 칼럼을 통해 “기계가 인간을 닮을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고 강조해오셨다. ‘인간다움’의 핵심은 무엇인가.

“저는 인간다움의 핵심으로 ‘공감’과 ‘특이함’을 말씀드리고 싶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한다. 슬픈 표정을 인식하고 위로의 말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은 통계적 최적화에 가깝다. 하지만 인간의 공감은 다르다. 누군가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흔들리는 경험은 데이터만으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간만의 ‘예외성’이다. 인간은 예측 가능한 것보다 예측을 벗어나는 순간에 감동한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등장인물이 전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규칙의 예외’를 따른다. 베토벤도 교향곡 8번 마지막 악장에서 불협화음의 이질적인 음 하나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특이한 것에 끌린다. 데이터는 평균을 학습하지만 인간다움은 오히려 그 평균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저서 『인간 없는 전쟁』에서 AI 전쟁의 위험성을 다룬 바 있다. 실제 중동 전쟁에서도 AI의 역할이 주목받기도 했는데.

“이번 중동 전쟁은 AI가 전쟁의 본질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표적 선정에 며칠, 몇 주가 걸렸다면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몇 초 안에 결정을 내린다. AI는 전쟁에서 ‘눈’, ‘두뇌’, ‘손’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표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무인 드론과 로봇이 실제 작전까지 수행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각이다. AI가 20초 만에 표적을 선정하더라도, 그 대상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삶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 빅데이터와 인문학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두 학문의 공통점이 있는지.

“둘 다 결국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빅데이터는 검색 기록이나 구매 이력 같은 디지털 흔적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읽어낸다. 인문학은 문학과 역사, 철학을 통해 같은 질문을 탐구한다. 방법만 다를 뿐 결국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 관련 검색 데이터가 특정 시간대에 급증한다고 했을 때,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것은 통계이다. 하지만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그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가”를 묻는 순간, 데이터 분석은 인문학적 성찰이 된다.”

- 수업이나 학생들을 지도하실 때, 어떤 질문을 많이 듣게 되나.

“의외로 굉장히 현실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안전한가요?”, “어떤 직업이 오래 살아남을까요?” 같은 질문이 주된 내용이다. 그럴 때마다 저는 특정 직업보다 어떤 시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라고 얘기한다. 기술은 계속 바뀌지만 사고력과 해석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AI 없이도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사고의 주도권을 인간이 계속 갖고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인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효율성만으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혁신은 “왜 꼭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보면 인문학이나 예술 기반 사고를 가진 리더들이 많다. 슬랙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철학 전공자였고,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디자인 전공자였다. 기존의 틀을 의심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힘이 혁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문학은 비효율적인 학문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드는 사고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지금은 데이터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속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AI는 굉장히 자신감 있게 틀린 정보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보를 많이 아는 능력보다 “이 정보는 왜 만들어졌는가”, “정말 사실인가”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정보를 읽는 능력이라면, 인문학적 비판 정신은 정보를 의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깊게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 기획 인터뷰의 타이틀인 [생각이 한 뼘 커지는 인문학]처럼, 독자들이 일상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인문학적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거창한 게 아닌데, 세 가지를 권하고 싶다. 첫째, 하루에 한 번, ”왜?“라고 물어보는 습관을 가지면 좋다. 뉴스를 읽을 때, SNS 피드를 볼 때, AI가 추천해준 콘텐츠를 소비할 때, “왜 이것이 나에게 추천됐을까?”, “왜 이 뉴스가 지금 중요할까”를 한 번 정도는 자문해보는 거다. 이러한 작은 질문 하나가 수동적 소비자를 능동적 사유자로 바꿔준다. 둘째, 자기 분야 밖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엔지니어라면 소설을, 문학도라면 과학 에세이를, 경영인이라면 역사책을 탐독하는 경험들이 중요하다. 생각의 확장은 익숙한 영역의 바깥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셋째,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ChatGPT든 클로드든, AI가 준 답에 “정말 그런가?”라고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이것이 21세기 버전의 인문학적 태도라고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했던 일을, 우리는 AI에게 할 차례이다.”

- 본인이 생각하는 ‘인문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인문학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결국 “왜 살아가는가”, “무엇이 중요한가”를 계속 질문하게 된다. 인문학은 그런 질문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AI 시대일수록 더 빠른 답보다 더 깊은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질문하고 고민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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