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종혁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새로운 충북도지사의 취임은 도정의 방향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새 도정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충북에서 돌봄은 일부 취약계층만을 위한 복지사업이 아니다. 주민이 아프거나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살아온 지역을 떠나지 않고 생활할 수 있게 하는 필수적인 지역 기반이자,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핵심 정책이다.
통합돌봄은 단순히 여러 서비스를 한데 묶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원계획을 세워도 지역에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재가복지, 식사지원, 이동지원, 긴급돌봄과 단기보호를 제공할 인력과 기관이 없다면 제도는 작동할 수 없다. 특히 농촌과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민간 서비스 공급자와 돌봄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군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통합돌봄의 지역사회 안착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조직·인력·재정·인프라를 함께 강화하고, 보건의료기관과 사회복지시설뿐 아니라 사회연대 조직과 시민단체 및 마을공동체까지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또한 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서비스는 광역 또는 권역 단위로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새 충북도정은 보건의료, 복지, 사회연대 조직 및 시민사회 각각의 사업을 따로 추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청의 보건부서와 복지부서, 시·군, 충북사회서비스원,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 보건소, 사회복지기관, 사회적협동조합, 주민자치회가 함께 참여하는 ‘충북형 통합돌봄 공동추진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 체계는 단순한 자문회의가 아니라 예산 편성, 사업 기획, 서비스 제공, 성과평가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기구여야 한다.
공공은 대상자 발굴과 서비스 조정, 품질관리의 책임을 맡고, 보건의료기관은 퇴원환자 관리와 방문의료·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복지기관은 일상생활과 가족돌봄자를 지원하고, 사회적협동조합과 마을기업 등 사회적 연대조직 및 시민단체는 식사배달, 이동지원, 주거관리, 생활지원과 같은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는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조기에 발견하고 공공서비스와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통합돌봄을 중앙정부 공모사업이나 단년도 보조사업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새 도지사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역균형발전 재원, 고향사랑기부금과 도 자체 재원을 연계해 ‘충북 통합돌봄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도 건물 건립에만 사용하기보다 방문서비스 거점, 돌봄안심주택, 이동지원 차량, 식사지원 시설, 긴급돌봄 공간과 같은 주민의 생활기반을 만드는 데 활용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정기부를 통해서도 재정 여건이 어려운 시·군과 광역 공동 돌봄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충북도의 역할도 분명히 해야 한다. 청주와 비청주권, 도시와 농촌 사이에는 인구구조와 의료·복지 자원의 차이가 크다. 도는 시·군에 사업을 내려보내는 데 그치지 말고, 시·군 단독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단기보호, 긴급돌봄, 장애인·치매환자 전문지원, 방문의료와 이동지원 서비스를 권역별로 구축해야 한다. 충북사회서비스원을 활용해 돌봄인력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 보건소를 연결해 의료와 돌봄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역지자체가 권역 인프라 구축, 인력 지원, 공공병원 연계와 서비스 품질관리를 잘 해낸다면 우리도의 통합돌봄은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읍·면·동의 실행력도 강화해야 한다. 통합돌봄 업무를 기존 담당자에게 추가로 맡기는 겸임 방식으로는 주민을 직접 만나고 욕구를 파악하며 여러 서비스를 조정하기 어렵다. 사회복지직과 간호직을 포함한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이들이 보건의료·복지·주거·돌봄 자원을 통합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교육과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 공공행정망과 민간기관의 서비스 정보를 연결하는 통합정보체계도 필요하다.
통합돌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발표했느냐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실제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재원이 부족하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돌봄을 뒤로 미룬다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반대로 충북도가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고 보건의료·복지·시민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든다면, 충북은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넘어 누구나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새 충북도정은 통합돌봄을 하나의 복지사업이 아니라 도정 전반을 연결하는 핵심 전략으로 세워야 한다. 돌봄이 있어야 주민이 지역에 머물 수 있고, 주민이 머물러야 지역도 지속될 수 있다. 새 도지사의 임기 동안 충북이 보여줘야 할 변화는 분명하다. 선언하는 돌봄을 넘어, 충분한 재원과 협력체계를 갖춘 ‘실제로 작동하는 돌봄’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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