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 문턱 높이고, 대형주까지 레버리지 통제
22일 코스피 종가가 6,417.93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KB국민은행 제공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자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증시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추격 매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신용거래와 파생형 투자에 대한 관리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변동성이 높은 종목군을 중심으로 증거금률을 대폭 상향하고 신용거래 가능 범위를 재조정했다. 알테오젠, 하이브, 카카오, 한국전력,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종목들이 고위험군(F군)으로 분류되면서, 해당 종목에 대해서는 신규 신용융자뿐 아니라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까지 제한된다. 사실상 레버리지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다.
대형주에 대한 레버리지 통제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KB증권은 최근 반도체 업황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보인 SK하이닉스에 대해 차액결제거래(CFD) 신규 매수를 중단했다. CFD는 증거금만으로 실제 투자금 이상의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구조로,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중소형주와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변동성 관리도 병행되고 있다. 토스증권은 에코프로에이치엔, 케어젠, 비츠로셀, 그린리소스 등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해 미수거래를 사실상 차단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신용공여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자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전면 중단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속도전’은 최근 신용거래 급증세와 맞물려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중순 사상 처음으로 34조원을 돌파한 이후 연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도 신용잔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구간은 대체로 시장 과열의 신호로 해석돼 왔다. 특히 상승장이 길어질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높아지며 레버리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경향이 반복됐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이 ‘상승 지속’이라는 단일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시장이 횡보하거나 하락세로 전환될 경우, 반대매매(강제 청산)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 급등 이후 신용잔고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코스피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사례가 적지 않다.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증거금률을 높이고 거래를 제한하는 것도 이러한 ‘레버리지 리스크의 시스템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조치는 단순한 내부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고려한 대응”이라며 “특정 종목으로 신용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대비 모바일 트레이딩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단기 매매와 레버리지 활용이 쉬워졌고, 이는 시장 상승기마다 신용거래 급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종목의 급등 사례가 확산되며 ‘기회 상실에 대한 두려움(FOMO)’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소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