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기 씨에스케이파트너즈 대표
요즈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하루가 멀게 롤러코스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5천 시대를 열겠다는 현 정부의 공약이 실현되고 투자자들의 환호성이 터진 게 얼마 전입니다. 그리고 1만 시대가 멀지 않았다며 꿈에 부풀어 있던 무렵 시장은 다시 곤두박질을 거듭하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 원흉이 인공지능(AI) 거품이니 미국과 이란 전쟁이니 하다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에 쏠린 레버리지 상품으로 귀결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시장을 안정시킨다며 레버리지 규제 조치가 등장하였습니다. AI 거품과 전쟁은 한국으로서는 통제 불가한 대외적 요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런 근원적인 의문이 듭니다. “AI는 거품일까?” 그리고 “한국은 반도체에 모든 운명을 걸어야 할까?”
AI는 거품일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거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거품론과 변동성에 대해 대체로 기술적 진보의 속도와 거시적 생산성 향상 사이의 '시차'를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시장 수요와 공급 간의 간극입니다.
기술적 진보와 거시경제의 모순.
최근 AI 기술은 인간의 개입 없이 복잡한 코딩을 수행하거나 이론 물리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정도로 경이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2025년 GDP 기준 경제 성장률 2.2퍼센트와 고용 지표가 겉보기에는 AI로 인한 생산성 급증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2025년 4분기 실질 성장률은 1.4퍼센트에 그쳤고, 추정 생산성 증가율은 약 1.9퍼센트로 장기 평균인 2퍼센트나 과거 인터넷 붐 시절의 생산성 향상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 주도형 성장의 한계.
최근의 GDP 성장은 실질적인 AI 활용을 통한 효율성 개선이라기보다는 데이터 센터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 급증에 기인한 것입니다.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의 약 90퍼센트가 데이터 센터 및 관련 인프라 투자에서 비롯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인프라 투자 효과를 제외한 근본적 생산성 증가율은 0퍼센트에 가깝습니다.
실질 도입률과 사용 강도의 괴리.
미국 근로자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약 36~41퍼센트까지 상승했으나, 성인 중 매일 AI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비중은 1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전체 업무 시간 중 생성형 AI가 차지하는 비중도 5.7퍼센트 수준으로 여전히 미미합니다. 대부분의 활용이 전면적인 프로세스 자동화가 아닌 글쓰기 지원, 정보 검색, 단순 코드 작성 등 보조적이고 개별적인 작업 단위에 머물러 있어 아직 거시경제적 파급력이 제한적입니다.
미
중 패권 경쟁과 각국의 생존 전략
세계 각국은 일부 AI 거품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AI 기술을 국가 운명을 좌우할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데에 이의가 없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21세기 패권을 좌우할 핵심 열쇠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안전망과 국가 안보, 경제적 종속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습니다.
미국, 안보 중심의 통제와 독점력 행사.
미국은 AI 기술을 국가 권력과 글로벌 위상 강화를 위한 핵심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 간 자율 경쟁을 장려하는 자유방임주의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안보적 위협 앞에서는 초법적인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이 국방부 시스템의 대규모 국내 감시나 완전 자율 무기 활용에 이의를 제기하자, 엔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연방 계약을 파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토스'와 '페이블' 같은 고성능 첨단 AI 모델에 대해 비미국인과 외국 기업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최상급 군사·사이버 역량 모델 활용은 자국 내로 한정하여 철저히 봉쇄하고, 동맹국에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모델을 제공하며, 일반 세계 시장에는 안전장치가 강화된 제한적 모델만 판매하는 등 기술 접근성을 차등화하며 글로벌 통제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통제 속 가속화 및 지대 무기화.
최근 중국의 문샷AI는 키미 K3를 출시하며 미국의 AI 모델과 격차를 몇 개월로 줄이는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게 AI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가속화하면서도, 사회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근로자 해고 등은 철저히 통제하는 정부 주도형 모델을 취하고 있습니다.
과거 희토류 등 천연자원을 공급망 무기로 활용했듯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과 모델을 향후 강력한 지정학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는 장기 포석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남중국해 영해권을 주장하며 해저에 노출된 글로벌 통신 광섬유 케이블의 보수와 설치 권한을 장악하려는 움직임 역시 디지털 세계의 물리적 패권을 쥐려는 중국의 핵심 전략입니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게 중국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 속성상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행보가 더욱 위협적입니다.
세계, 실리적 생존 모색.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전략은 여타 국가들에게 심각한 전략적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공장이 멈추거나 사이버 안보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최첨단 모델 개발은 막대한 자본력의 한계로 인해 국가 주도의 독자 모델조차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실리적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선 민감한 자국 데이터 유출을 막고 미국이나 중국의 컴퓨팅 자원 차단 보복에 대비한 '보험'으로서 자체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오픈소스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인프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리고 데이터 센터 유치의 핵심인 전력 공급망 연결 대기 시간을 단축(미국은 2년인 반면 독일과 한국은 3.5년 소요)하고 규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여 허브 지위를 선점하려 합니다. 대만(파운드리), 네덜란드(노광 장비), 한국(메모리 반도체)처럼 공급망 내 필수 불가결한 독점적 핵심 자산을 보유한 국가들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여 미국 빅테크들과 상호 의존적 협력 체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위상
이런 AI 패권 전쟁에서 한국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AI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모델과 반도체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AI 생태계는 에너지, 칩, 인프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및 네트워크)
, AI
모델, 애플리케이션이 어우러져 돌아갑니다. 한국은 의심할 여지없는 반도체 최강국입니다만, 반도체 외에도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많습니다.
에너지, 상위권으로 전력망 병목의 핵심 공급자.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천문학적인 전력을 소모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변압기 및 배전 장비의 극심한 공급 부족이 데이터센터 완공 지연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터빈, SMR 등 전력 설비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납기 신뢰성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초고압 변압기·배전반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구축을 위한 가스터빈과 SMR 핵심 원천 기술 분야의 강자입니다.
반도체 및 첨단 소재, 최상위권으로 독점적 공급망 지배력 보유.
AI 생태계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AI 학습·추론용 GPU에 필수적인 HBM 시장의 90% 이상을 한국 기업이 지배하고 있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인프라 공급망에 필수 파트너로 깊숙이 밀착되어 있습니다. 한편 신경망처리장치(NPU) 분야에서도 스타트업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이자 엔비디아의 핵심 메모리 공급 파트너입니다. 삼성전자는 HBM3E/HBM4 대량 양산 및 고용량 서버용 D램,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스타트업은
국산 NPU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며 저전력·고효율 AI 추론 칩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중위권으로 하드웨어 시공·네트워크는 강하나 클라우드 열세.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하이퍼스케일은 미국 빅테크들이 장악하고 있어 한국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합니다. 그러나 초고속 통신망, 차세대 초거대 데이터센터 건립 능력, 그리고 대륙 간 데이터를 잇는 해저케이블 부설·제조 기술력에서 높은 물리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는 민감한 데이터 유출을 막는 '소버린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지정학적 노선 재편에 따른 아시아-태평양 해저 광케이블 공급 및 시공 역량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AI 모델, 상위권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보유.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미국과 중국에 비해 거대 모델 크기나 민간 투자 규모 면에서는 절대적으로 밀리지만, 한국은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특허 수에서 글로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주도의 'K-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과 기업들의 B2B 특화 전문가 AI 전략으로 실용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엑사원)은 전문가용 AI 및 가성비(연비) 추론 모델에 강점을 보이는 국가대표급 파운데이션 모델입니다. 네이버(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와 아시아 문화권 및 음성·영상 통합 '옴니모달' 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업스테이지(솔라)와 SK텔레콤(A.X)는 sLLM 분야의 글로벌 리더보드 상위권으로, 풀스택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중상위권으로 제조·모빌리티·로보틱스 융합에 특화.
단순 소비자 중심의 챗봇이나 일반 오피스 앱 시장은 글로벌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으나,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바이오·ICT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제조 공정 자동화, 피지컬 AI(로보틱스, 자율주행), 온디바이스 AI, 의료·금융 B2B 솔루션 분야에서 빠른 생산성 전환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아틀라스)과 엔비디아와 협력한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 가전 등에 내재화되는 '온디바이스 AI'와 스마트팩토리 공정 솔루션의 강자입니다. 루닛과 뷰노는
의료 영상 분석과 진단 분야의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한국은 에너지와 칩 같은 생태계 하단의 하드웨어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독점적 파워를 행사하고 있으며, 상단의 소프트웨어 레이어에서는 강한 제조·산업 데이터를 발판 삼아 특화 영역을 구축하는 '실리적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다만, 하단과 상단을 연결하는 허리 역할을 하는 인프라의 경우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에 비해 절대 열위인 자본력과 글로벌 시장의 존재감 부족으로 아직 미지의 시장이자 기회로 남아 있습니다.
삼전닉스의 운명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주시해야 할 기업은 미국의
5대 하이퍼스케일러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개인과 기업 고객들을 최전선에서 상대하는 AI 최전선의 핵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오라클은 전 세계에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AI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에만 8,000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델과칩, 에너지까지 아우르는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투자와 연대 강화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정점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이고 다층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적 영향.
AI 모델 학습과 고도화된 추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초고속 반도체 패키징이 필수적이며, 핵심재인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의 2026년 공급 물량은 이미 대부분 매진된 상태입니다. 구글의 터보퀀트와 같은 메모리 절약 알고리즘 개발에도 불구하고, 향후 최소 3년간 수요가 공급을 지속적으로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높은 가격 결정력과 막대한 영업이익을 공고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GPU 12개당 CPU 1개가 들어가는 기존의 단순 챗봇 시스템과 달리, '에이전트 AI'는 GPU당 1개의 CPU를 필요로 합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을 강하게 견인합니다.
부정적 영향.
우선 밸류체인 정체입니다.
변압기, 개폐 장치, 가스 터빈, 반도체 공급 병목으로 인해 데이터 센터 완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에 비해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 속도가 느려지면, 메모리 반도체가 최종 출하되어 매출로 인식되는 시점이 뒤로 밀리는 밸류체인 정체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AI의 최대 수요처인 기업의 수용 속도도 문제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투자가 기업 고객들의 유료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데이터 센터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투자가 급감할 수 있습니다. 노사 갈등도 우려됩니다.
반도체 대호황으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단기 급증하면서 내부적인 비용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반도체 수익 급증에 따른 특별 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하는 등의 내부 역풍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어, 향후 고정비 상승과 경영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경제 전반의 파급을 위한 조건
지금 AI 모델은 기술 면에서는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각국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거품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 전략자산으로 자리 잡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혁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업과 사회, 제도의 변화가 따라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및 조직 재설계.
기업들에게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단순히 기존 업무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고위 관리자나 경영진이 AI 사용에 주당 1시간 반 남짓을 소비하는 현재의 초기 단계를 벗어나, 물류와 재고 관리, 고객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 전체가 AI 기반의 상호작용 체계로 리엔지니어링 되어야 진정한 효율성 확산이 가능해집니다.
고용 불안 완화 및 '새로운 사회적 계약' 구축.
AI 도입에 대한 대중적 반감은 노동 생산성 저하와 사회적 불안(데이터 센터 건설 반대, 규제 압박)을 야기합니다. 미국인들 10명 중 7명이 일자리 위협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는 제도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우선 기업 차원의 업스킬링이 필요합니다. 자동화에 취약한 근로자를 영업이나 고부가가치 기획 직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선제적 직업 교육을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 차원의 공적 안전망도 필요합니다. 실직 후 소득 감소를 보전해 주는 '공적 임금 보험'이나 덴마크식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을 도입하여 화이트칼라 노동력의 유연한 적응을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급진적 부의 분배도 논의되어야 합니다. AI 관련 대기업의 수익을 세금으로 포착하거나 시민 배당금, 주식 배분 시스템(‘트럼프 계좌’ 등)을 통해 대중의 기술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그런 예입니다.
데이터 및 전력 인프라의 공급 병목 현상 해결.
계획과 추론, 도구 활용이 가능한 에이전트형 AI로 진화할수록 시스템 부하가 급증합니다. 데이터 센터의 급격한 전력 소비 증대(2027년 미국 전력 수요의 8.5퍼센트 예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및 신규 에너지원을 적기에 공급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인프라 확충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데이터 센터 유치 이익을 인근 도시에 환원하는 메커니즘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기업들의 과제
위에서 언급한 경제 전반의 파급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들입니다. 아무리 좋은 칼이라 할지라도 그 칼의 쓰임새는 칼을 사용하는 주체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AI라는 이 칼을 어찌 써야 할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 칼을 잘 쓰는 일부 기업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AI 에이전트 중심의 프로세스 재설계.
가장 결정적인 성공 요인은 AI를 '기존 업무 단계 중간에 끼워 넣는 보조 툴'로 쓰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짜는 것입니다. 즉 설계의 변화입니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AI가 어떤 데이터를 먼저 처리하고, 사람이 최종 검증(Human-in-the-loop)을 어느 시점에 할 것인가?’를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AI가 공정 검사나 기술 문서 검색의 90퍼센트를 선제 처리하고 사람은 고난도 예외 케이스만 처리하도록 권한과 거버넌스를 재배치하여 병목 현상을 원천 제거했습니다.
암묵지의 자산화와 데이터 품질 경영.
수십 년간 축적된 고유 데이터와 베테랑 직원들의 노하우(암묵지)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정형·비정형 데이터로 철저히 정비했습니다. 방대한 기술 문서와 매뉴얼을 고품질로 가공해 AI 인프라에 내재화하여 숙련되지 않은 신규 인력도 단 몇 번의 대화형 프롬프트만으로 수십 년 차 전문가 수준의 의사결정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입 사원의 적응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조직 전체의 지식 상향 평준화를 이뤄냈습니다.
탑다운 리더십과 평가 체계의 일치.
생산성 향상을 실현한 조직은 AX를 단순히 실무진의 활용 역량에 맡기지 않고,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의사결정 구조와 성과 측정 지표를 함께 바꿨습니다. AI 도입으로 아낀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매일 작업 시간 66퍼센트 절감 등)이 단순 태만이나 저부가가치 결과물로 흐르지 않도록, 리더십 차원에서 절약된 공수를 전략적 핵심 기능(신제품 기획, 고난도 리스크 관리 등)으로 즉시 재배치하는 유연한 조직 운용 방식을 취했습니다. 즉, 기술 도입의 성패가 실무자의 숙련도가 아닌 '운영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경영진의 리더십'에 있는 것입니다.
* * * * *
최근 어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3분의 2는 “삼전닉스와 레버리지는 잘못된 만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예탁금 규모를 늘리는 정부의 조치가 주식시장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은 수요자의 AI 수용에 달려 있습니다. 자본시장은 사람들의 탐욕이 끊임없이 작동되기 때문에 정부의 단기적인 조치를 피해 가며 근본은 달라지지 힘들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최첨단 모델 메이커들을 앞세워 기술 보호주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제3세계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투자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장은 쏠림과 괴리가 여전합니다. 주식시장은 반도체 얘기로 넘쳐나지만, 나머지 생태계는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을 보면, 당장 거래처에게 보낼 ‘프로덕트(product)’는 열심히 찍어내고 있지만 정작 생산성을 촉발할 ‘프로세스(process)’ 혁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삼전닉스의 운명은 결국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 전반의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증기기관이 전기 모터로 교체되었을 때나 PC가 보급되었을 때도 초기 수년간은 생산성 향상이 미미했습니다. 진정한 생산성 혁명은 기술 그 자체의 등장을 넘어, 기업들이 기술을 중심으로 공장 평면도를 재설계하거나 물류·재고 관리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적으로 재편했을 때 일어났습니다. 한국은 인프라 중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미치지 못하나 칩, 에너지 등 나머지는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즉 미국과 중국 이외의 나라 중 소버린 AI 생태계를 갖춘 거의 유일한 나라인 셈입니다. 이런 기반을 갖춘 생태계에서 언젠가 폐쇄적인 미국과 중국 AI 패권 전쟁이 끝날 때를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 그런 기회입니다.
영화 ‘호프(HOPE)’는 외계인을 대하는 인간의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그 끝을 알 수 없는 파괴와 비극을 다룹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심지어 서로 사실에는 눈을 감고 상상은 당연한 현실로 단정해버립니다. AI 세상을 대하는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AI 모델을 개발한 AI 구루들의 발언에 일희일비하며 미래를 점치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상장에 열광하고, 삼전닉스 주식에 올인하면서도 정작 삼전닉스의 지속적인 성장과 우리의 안정과 성장을 담보할 AI 생태계 강화에는 무지하고 무관심한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AI에 올라탄 재테크 꿈은 새털처럼 가볍고, AI를 대하는 현실은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무겁다.’는 것을.
본 글은 The Economist의 AI 관련 기사들을 토대로 제미나이와 필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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