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가능성 우려에 투자심리 위축... "기업 비용 부담 증가"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지며 국내 대표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상승 탄력은 SK하이닉스에 비해 뚜렷하게 뒤처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그 배경으로 실적 구조 차이와 함께 노조 리스크를 포함한 ‘비(非)펀더멘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HBM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와 주요 고객사 확보를 기반으로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상향되며 주가에 선반영되는 흐름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호황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노조 파업 이슈가 투자심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며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노조가 제기하고 있는 요구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 확대와 성과급 산정 방식 변경, 추가 유급휴가 확대, 일부 직군에 대한 근로시간 및 보상 체계 재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단기적인 업황 회복 국면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로,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구간”이라며 “이 시점에서 인건비와 복지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과 수익성이 동시에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은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으로, 비용 구조 변화가 곧 경쟁력과 직결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성과급 체계 개편이나 임금 인상 요구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수준과 속도가 문제”라며 “글로벌 경쟁사 대비 비용 구조가 불리해질 경우 결국 기업 가치와 주주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리스크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무노조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던 만큼, 노사 갈등의 표면화 자체가 기업 문화와 비용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향후 임금 인상 압력 확대, 생산성 변수 증가 등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기업’과 ‘내부 변수가 큰 기업’을 구분해 접근한다”며 “노조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에 구조적인 할인 요인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반도체 산업처럼 생산 차질이 곧 고객 신뢰 문제로 이어지는 업종에서는 노사 갈등 자체가 경쟁사 대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도 차이가 감지된다. 최근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되는 가운데, 자금이 상대적으로 업황 수혜가 직접적이고 불확실성이 적은 종목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업황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선택적 소외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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