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라가는 ‘삼성전자 D램 가격’...지난달 말 구글이 발표한 ‘터보퀀트’ 기술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격 인상
메모리 시장의 계약 구조 변화·중국 창신메모리(CXMT) IPO 지연에 따른 국내 기업 수혜 가능성
삼성전자 D램 “연간 계약은 옛말”, 공급·계약 질서 재편…중국 CXMT IPO 지연으로 수혜 전망 (출처 | ChatGPT 서비스를 이용한 이미지 생성)
삼성전자가 범용 D램 가격을 잇달아 올리면서 메모리 시장의 가격 구조와 거래 관행이 동시에 재편되고 있다.
지난 6일 대만 기술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D램 가격을 1분기 대비 약 30% 상향 조정했다. 1분기 100% 수준 인상에 이은 추가 가격 상승이다. 과거 연 단위 중심이던 공급 계약은 이어지는 가격상승세에 따라 분기·월 단위의 단기 계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도 이런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발표한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57조 2,00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17조원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여기에 가격 상승세를 제어할 변수로 거론됐던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기업공개(IPO) 심사까지 중지되면서, 범용 D램의 추가 공급 물량 유입 시점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이 주도하는 가격 상승 국면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 "2분기 D램 계약가 58~63% 추가 상승 전망"
57조 2,000억원 '어닝 서프라이즈'…메모리가 전체 매출의 56%
"연간 계약은 끝났다"…분기·월 단위 변동가격 시대
이번 인상폭은 서버·PC·모바일용 범용 D램을 포괄한 평균 기준이다. 업계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역량을 HBM 등 고부가 제품으로 집중하는 과정에서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든 점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에 대해서도 장기 공급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메모리를 전략 자산처럼 운용하며 가격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가격 상승을 계속 지탱해주고 있다. 다수의 빅테크가 고성능 D램과 HBM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을 서두르는 추세이며, 일부 기업은 5년 단위 구매 논의도 타진 중이라는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중심으로 AI 서버 인프라 구축이 확대되면서 고성능 D램과 HBM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며 “제조사들도 범용 제품 생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축소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설비를 재배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급 여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특정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구조다.
시장 가격 지표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상승했고,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역시 1분기 55~60%, 2분기 70~75%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전반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자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도 이에 맞춰 상향 조정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20.1조 원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2조 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75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실적 43.6조 원을 약 17조 원 웃돈다.
시장 선두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따라 메모리 시장의 계약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이미 100%가 넘는 가격 인상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과거 연 단위가 일반적이던 D램 공급 계약은 분기 단위로 단축됐고, 최근에는 월 단위 가격 조정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일부 거래에서는 납품 시점 가격을 반영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이는 가격 상승 국면에서 공급자가 인상분을 즉각 반영할 수 있기에, 제조사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역시 유사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며, 일부 제품은 직전 분기 대비 3~4배까지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 IPO 지연…"범용 D램 추가 물량 유입 시점 밀렸다"...2분기, 그 이후는?
이달 들어 창신메모리(CXMT)의 IPO 일정이 지연되면서, 시장이 예상해온 범용 D램 공급 확대 시점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CXMT의 재무자료 유효기간 만료를 이유로 IPO 심사를 ‘중지’ 상태로 전환하면서, 자금 조달과 설비 증설 일정이 동시에 늦춰지게 된 상황이다. 이는 경쟁 메모리 업체들에는 우호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범용 D램 시장은 공급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신규 물량 유입 시점 자체가 가격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제조사들은 가격 강세 국면을 더 길게 이어갈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계약가격 기준 D램 영업이익률이 약 8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증가 일정까지 늦춰질 경우, 주요 업체들의 수익성은 예상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의 최정구 책임연구원은 "삼성의 호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범용 D램에서의 높은 가격에 따른 이익 창출은 공급 확대가 가시화하는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HBM4에서 1c 나노 공정 기반 코어 다이와 4나노 파운드리 기반 베이스 다이를 채택해 리더십을 공고히 했고, 다가올 HBM4E에서도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구글이 지난달 공개한 '터보퀀트' 기술처럼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AI 알고리즘이 등장하고 있고, DDR4 현물 가격의 일시적 하락이 수요 둔화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수급 구조를 감안하면, 메모리 시장은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공급 계약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 한가운데에 있다는 업계의 말이 여전히 유효한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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