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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전자 30년 신화의 종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미국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글로벌 빅테크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부터 가전, 칩 설계까지 전 분야에서 빅테크들과 직접 맞서며 경쟁하는 동안, TSMC는 "고객과...

삼성전자 30년 신화의 종말?

TSMC가 웃고 있는 진짜 이유

(ㅍㅍㅅㅅ 이승민 인턴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으로 불려온 삼성전자의 '30년 무패 신화'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문제는 단순히 영업이익 몇 조 원이 줄어든 데 있지 않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미국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주 여부에 일희일비하는 사이, TSMC는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을 축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절대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선다. 누가 더 좋은 칩을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반도체 생태계의 설계도와 생산 흐름을 장악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TSMC가 쳐놓은 거대한 덫

TSMC가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설적이게도 ‘직접 설계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부터 가전, 칩 설계까지 전 분야에서 빅테크들과 직접 맞서며 경쟁하는 동안,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의 설계도를 흡수했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 설계 자산을 제조 파트너에게 맡겨야 한다. 이때 제조사가 동시에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은 파트너 선정에 있어 중요한 결정적 잣대가 된다. TSMC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립적 생산자’라는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는 시간이 흐르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생태계 장벽으로 진화했다.

이제 TSMC는 단순히 주문받은 칩을 대신 만들어주는 외주업체가 아니다. 첨단 공정, 패키징, 고객사와의 공동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공급망의 '게이트키퍼' 자리를 꿰찼다. 삼성이 미세 공정 기술력으로 격차를 좁히려는 동안, TSMC는 고객과의 장기 협력 관계을 통해 진입 장벽을 세운 셈이다.

- HBM의 역설: 삼성이 파놓은 메모리 함정에 스스로 빠지다

삼성이 사활을 걸고 있는 HBM 시장도 이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HBM은 고성능 메모리지만, 그 자체만으로 완성품이 되는 부품은 아니다. 결국 엔비디아의 GPU 같은 AI 가속기에 결합돼야 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결합 과정, 즉 첨단 패키징의 주도권 마저 TSMC가 쥐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HBM을 만들어도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 공정에 낙점받지 못하면 시장 영향력은 거세당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엔비디아와 TSMC가 짜놓은 판 안에서 한국 기업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생존 경쟁을 벌이는 ‘을(乙)의 전쟁’에 매몰된 꼴이다.

삼성에게는 ‘부품 공급자’로서 누려온 지난 30년의 성공 방정식이, AI 시대에 이르러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돌아온 것과 같다.

- ‘제조 강국’의 허상… 설계도 없는 거인은 무너진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가 ‘거대한 파운드리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이다. TSMC는 이미 전 세계 AI 칩의 90% 이상을 생산하며, 단순 제조를 넘어 기술 표준과 부가가치의 흐름을 독점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메모리 1위라는 타이틀에 안주하다가 소프트웨어와 설계 생태계(IP) 구축이라는 핵심 전장을 놓쳤다.

지금 TSMC가 짓고 있는 미소는 단순한 승자의 여유가 아니다. 한국 반도체가 다시는 자신들의 높이를 넘보지 못하도록 빅테크들과 결탁해 구축한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한 확신이다.

- 30년 신화의 유통기한은 끝났다

이제 ‘삼성은 무조건 이긴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버려야 한다. 30년 전 메모리 신화를 썼던 그 방식으로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의 파고를 결코 넘을 수 없다. 기술력 과시보다 시급한 것은 TSMC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깨뜨릴 ‘전략적 동맹’과 ‘설계 경쟁력’이다.

골든타임은 이미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제국의 ‘몰락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연합뉴스

(ㅍㅍㅅㅅ / PPSS ) 이승민 인턴기자 press@pp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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