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증권사 미국 주식 관련 광고.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조채원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우량주 기반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2배(TSLL)나 엔비디아 2배(NVDL)에 열광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 국내 자본 시장에도 수익률을 곱절로 돌려준다는 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규제 완화의 기조 속에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은 해외로 유출된 고위험 투자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기 위한 새로운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판 레버리지’ 시대 개막…서학개미 발길 돌리는 금융당국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특징 및 성과 분석’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자산 규모와 연령에 따라 극명한 투자 양극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소액 투자자들은 전체 투자금의 60%를 해외 상장지수상품(ETP)에 집중, 부족한 자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 9.3회에 달하는 기록적인 회전율로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에 몰입하는 이른바 ‘복권형’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격적 투자에도 빈번한 거래 비용과 레버리지 특유의 ‘음의 복리 효과’에 대한 인지 부족으로 실제 성과는 시장 지수를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고위험 투자 수요를 국내 증시로 돌리고자 5월 국내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한다. 그간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대표지수에 국한됐으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개별 우량주로 확대 적용된다.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초기에는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로 기초 자산을 제한하고, ‘1운용사 1종목’ 원칙을 적용해 대표 종목 위주의 상품군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국내 우량주 단일종목에 대해 일일 수익률의 ±2배 이내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것이다. 미국(최대 1.5~2배)과 홍콩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3배 레버리지는 도입에서 제외됐다.
◇시장 안정성과 상품 다양성의 엔진, LP 헤지
업계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성패가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의 주가 헤지(hedge) 역량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거래 시간 연장으로 인해 야간이나 이른 아침 등 ‘유동성 파편화’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서 LP가 리스크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스리느냐는 상품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LP가 안정적으로 호가를 대지 못하면 시장가와 실제 가치(NAV)가 벌어지는 괴리율 위험이 커진다.
LP의 헤지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설정·환매다. LP는 통상 공인참가자(AP) 자격도 함께 보유하며, ETF 시장가와 NAV의 차이를 직접 좁히는 가장 강력한 안전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ETF를 과도하게 매수해 보유 중이라면 이를 운용사에 돌려주고 실제 주식 바구니를 받으며, 반대로 ETF를 너무 많이 팔아 쇼트(Short) 상태라면 주식을 제공하고 새 ETF를 받아 물량을 맞춘다. 거래 시간 연장 시간대에 LP의 활동이 위축될 경우 이 매커니즘이 느려지며 투자자가 불리한 가격에 체결될 위험이 커지므로 LP의 상시 대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다.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도 반대 포지션을 신속하게 구축해 리스크를 상쇄하는 방식이다. 거래 시간 연장시 미국 증시의 급변동이나 야간에 발표되는 해외 경제 지표에 따라 가격이 요동칠 때, LP는 파생상품을 통해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방어한다. 마지막은 실물 주식 직접 헤지로, ETF 보유량에 맞춰 기초 자산 주식을 직접 사고 팔아 위험을 제거한다.
결국 LP의 헤지 역량이 고도화될수록 운용사는 유동성이 부족한 시간대에도 안정적인 괴리율을 유지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더 다양하고 정교한 초고위험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성실한 호가와 수익성 사이 줄타기…LP 딜레마
LP는 ‘수익성’과 ‘신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다. LP가 적시에 호가를 대지 않아 ETF 가격이 실제 가치와 동떨어지는 괴리가 발생할 경우, 상품을 출시한 자산운용사는 증권사의 LP 지명을 철회할 수 있다.
ETF는 일반 펀드와 달리 판매보수가 없어 증권사가 계열 운용사 상품을 ‘밀어주기’할 경제적 유인이 낮은 반면, LP의 참여 결정은 철저히 자본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에 근거한 상업적 선택에 따르는 구조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은 주식선물이나 대차 물량 같은 헤지 수단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LP가 손실 위험을 우려해 참여를 거절하는 것이 실무적 상식이며, 당장의 단기 운용 수익보다는 성실한 호가 공급을 통한 ‘트랙 레코드’ 확보가 향후 LP 계약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는 설명이다.
LP는 레버리지 ETF 매수 물량에 대응해 기초 자산(주식)이나 선물을 사야 한다. 급락장에서도 신속하게 헤지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는 운용 엔진의 속도가 관건인 이유다. 아울러 증거금 역량도 요구된다. 변동성 폭발시 증권사가 거래소에 납입해야 할 증거금이 급증하면서 LP의 자본 건전성(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호가를 불성실하게 제시해 괴리율을 키울수록 증권사의 단기 이익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LP 계약 자체를 잃는 결과로 이어져 증권사는 자기 자본을 직접 투입해 초기 유동성을 공급하고 계약을 따내는 구조인 만큼,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따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 생존을 위해 성실한 호가 공급을 통한 신뢰 확보가 필수적인 것이다.
아울러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의 개방은 증권업계 내 양극화를 가중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본력이 뒷받침될수록 더 많은 ETF 종목에 LP로 참여할 수 있고 우수한 트레이딩 시스템은 정교한 호가 관리를 통한 추가 수익으로도 연결되는 만큼, 대형 증권사가 삼성전자 등 초우량주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소형사는 틈새 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 관리 인프라의 한계로 직접적인 LP 참여보다는 대형주보다 특정 섹터나 테마형 레버리지 상품에 특화하거나, 커버드콜 등 옵션 연계형 복합 상품 개발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자본적정성비율(NCR) 등 제도적 제약이 큰 만큼, 운용사와 밀착형 파트너십을 통한 맞춤형 유동성 공급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중동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란 양날의 검
레버리지 상품이 늘어나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특히 코스닥 시장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확대할 경우,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라 해도 선물·옵션이 없으면 헤지가 매우 어려워 운용사 입장에서 독특한 상품을 설계하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에 자칫 시장 급변시 ‘유동성 함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종목에 레버리지 자금이 집중될 때 발생하는 변동성 전이가 꼽힌다. 레버리지 ETF는 일일 수익률의 배수를 맞추기 위해 매일 장 마감 전후로 기초 자산 주식을 사거나 파는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이때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종목에 자금이 쏠려 있다면 장 마감 직전 쏟아지는 리밸런싱 물량이 현물 주가를 흔드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초 자산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해하고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장기 자산 관리 측면에서도 경고등이 켜진다. 최근 ETF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퇴직연금 자금이 고위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무분별하게 유입될 경우, 장기 자산 관리 체계 전반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들의 질적 성숙과 체계적인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다.
◇‘음의 복리’와 투기적 쏠림의 경계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한계인 ‘음의 복리 효과’를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횡보장에서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할 경우 원금 갉아먹히는 특성상 장기 투자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초 자산이 하루 10% 하락한 뒤 다음날 10% 반등하면 기초 자산은 1% 손실에 그치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4% 손실을 기록한다. 변동성이 클수록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파생형 ETF의 보수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를 지적하며 투자자들이 수익 구조를 오인하지 않도록 공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00만원이라는 기본예탁금 장벽이 ‘한탕주의’식 투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적 헤지 수단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반면 국내 상품에만 적용되는 기본예탁금(1000만원) 규제가 오히려 투자자를 해외 시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역설도 제기된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의 3배 레버리지 상품에는 해당 진입 장벽이 없어 규제 역차별 논란과 더불어 소액 투자자의 발길을 되려 해외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은 국내 자본 시장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기회”라면서도 “운용사의 실시간 리밸런싱 내역 공시 등 투명성 강화와 함께 변동성 폭발시에도 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LP들의 시스템 점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P가 호가를 성실히 제시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거래소의 실시간 괴리율 감시 및 패널티 체계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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