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20일 미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1조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2028년까지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용 핵심 부품을 납품한다고 공시했다.
글로벌 실리콘 커패시터 4조원 시장…일본 무라타 독주 막는다
커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반도체가 필요로 할 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이다. 물을 가두었다가 필요할 때 일정하게 흘려보내는 댐이나 물탱크와 같은 원리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데이터 처리량이 방대해 전력 소모가 극심하고 순간적으로 전압이 요동치는 현상이 잦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적층세라믹콘덴서 즉 MLCC에 비해 전기 저항을 100배 이상 낮추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성능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현재 글로벌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은 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고객사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일본 무라타 등 소수 해외 기업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 삼성전기는 이번 1조5570억원 규모의 대규모 계약을 통해 해외 경쟁사들이 선점한 시장에서 본격적인 추격전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엔비디아 기판부터 베트남 공장까지 AI 부품 전방위 영토 확장
삼성전기는 실리콘 커패시터 외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인 그록3 LPU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즉 FC-BGA 양산에 돌입한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다.
이와 함께 늘어나는 인공지능 관련 부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생산시설에 1조8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인공지능 하드웨어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거머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분기 호실적에 1조원대 수주 더해져 추가 성장 엔진 점화
삼성전기의 기초 체력도 탄탄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컴포넌트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조4085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주력 제품인 MLCC 수요가 서서히 회복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난 결과다.
이번 실리콘 커패시터 수주는 단순한 매출 규모의 확대를 넘어 전사적인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DB금융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실리콘 커패시터는 기존 범용 MLCC 대비 평균 판매 단가가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의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에 1조5570억원이라는 대형 장기 수주가 더해지면서 삼성전기의 중장기적인 추가 성장 모멘텀이 확실하게 확보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가 전통적인 부품 제조사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하드웨어 파트너로 체급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고난도 기술 시장에서 1조원대 단위의 수주를 따낸 것은 품질과 대량 양산 능력을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한 결과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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