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MD와 협력을 강화하며 엔비디아-SK하이닉스-TSMC로 굳어진 인공지능(AI) 반도체 3각 동맹에 견제구를 날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와 패키징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턴키 솔루션’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와 AMD는 18일 평택사업장에서 차세대 AI 메모리, 컴퓨팅 기술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8일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지인 평택 팹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으로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 MI455X’에 들어갈 HBM4 우선 공급업체 자리를 꿰찼다. 2월 양산을 시작한 1c나노 D램 기반 HBM4를 앞세워 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차세대 제품 위탁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협력도 논의하기로 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가진 삼성의 원스톱 역량이 엔비디아를 추격하려는 AMD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메모리와 제조를 따로 맡겨야 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통합 솔루션으로 공정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삼성은 AMD의 AI 로드맵을 지원할 수 있는 독보적 턴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AI 컴퓨팅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양사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사 수 AMD CEO도 “차세대 AI 인프라를 만드는 데 삼성과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삼성의 첨단 메모리 기술과 AMD의 GPU, CPU를 결합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시 신공장 건설 현장 / 삼성전자
양사의 협력은 가속기뿐만 아니라 서버용 CPU인 ‘에픽’과 데이터센터 플랫폼 ‘헬리오스’에 최적화된 차세대 DDR5 솔루션까지 이어진다. AI 데이터센터 전체를 아우르는 컴퓨팅 생태계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전방위로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AMD는 지난 20년간 그래픽과 컴퓨팅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이번 MOU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고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장기적인 ‘반(反) 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턴키 솔루션이 AI 반도체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중심이던 비즈니스 구조에서 제조와 메모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가치가 AMD라는 대형 고객을 통해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8일 오후 리사 수 CEO와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HBM4 공급 확대를 넘어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 활용 등 더 깊숙한 협력 방안을 매듭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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