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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삼성 노사 대타협]③ 연봉상한 깨고 주거 지원…핵인·MZ인재 '락인'

특히 설계와 공정 분야 허리층인 CL4(부장·수석급) 엔지니어들이 샐러리캡에 걸려 정체되고 있을 때,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는 상한선 없는 연봉을 제안하며 이들을 흔들었다. 성과급(OPI)은...

[삼성 노사 대타협]③ 연봉상한 깨고 주거 지원…핵인·MZ인재 '락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노사가 이번에 극적으로 도출한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합의안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이 전면 도입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핵심 인재(핵인)에 더불어 차세대 인재들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적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고연차 부장·수석급 엔지니어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기본급 상한선(샐러리캡)을 최고 1억3000만원까지 전격 타파하는 한편, MZ세대 직원의 최대 페인 포인트(Pain Point)인 주거 불안과 출산 관련 복지를 내세웠다. 단기 성과급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기본급 고점을 높이고 생애주기별 토탈 케어 복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SK하이닉스가 선점한 '보상 우위'를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1.3억 족쇄' 푼 삼성, SK하이닉스 '오픈 연봉'에 맞불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인사 제도의 아킬레스건은 '샐러리캡(Salary Cap)'이었다. 아무리 탁월한 성과를 내도 특정 직급(CL, 커리어레벨)의 상한선에 도달하면 기본급이 동결되는 구조다. 특히 설계와 공정 분야 허리층인 CL4(부장·수석급) 엔지니어들이 샐러리캡에 걸려 정체되고 있을 때,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는 상한선 없는 연봉을 제안하며 이들을 흔들었다. 성과급(OPI)은 업황에 따라 0%가 될 수 있지만 기본급 구조는 이직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이번 합의로 CL4의 연봉 상한선을 기존 개발 1억2200만원, 비개발 1억2000만원에서 직군 구분 없이 1억3000만원으로 전격 상향했다. 개발·비개발 경계를 허물어 내부 위화감을 없애는 동시에 기본급의 절대적 고점을 끌어올렸다. CL3(1억1000만원)와 CL2(8000만원)의 상한선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이미 구축한 유연한 보상 체계에 대한 정면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성과와 기술력이 검증되면 샐러리캡 제한 없이 연봉이 우상향하는 '기술 역량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조치는 고연차 엔지니어들에게 "삼성에 있어도 연봉이 묶이지 않는다"라는 확실한 신호를 줘 SK하이닉스로 향하던 인재 유출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MZ세대 겨냥…하이닉스 독점 '주거·출산 복지' 벤치마킹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주축인 2030 MZ세대 직원들을 위해서는 당장 통장에 꽂히는 휘발성 현금보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실질적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이번 잠정안에서 '사내 주택대부 제도'를 전격 신설한 배경이다.

무주택 조합원의 주거 안정을 명시한 이 제도는 구체적인 자금 규모와 이율이 추후 확정될 예정이지만 신설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시중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회사가 저리로 주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연봉 수백만원 인상 이상의 경제적 효용을 체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도 신설은 SK하이닉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벤치마킹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파격적인 저금리 주택 자금 대출과 금융 비용 지원 제도를 장기간 운영하며 MZ 직원들 사이에서 '복지 원톱'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왔다. 삼성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하이닉스가 쥐고 있던 주거 복지 이점을 상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출산 장려책 역시 상징적인 숫자로 판도를 바꿨다. 기존 첫째 30만 원, 둘째 50만 원, 셋째 이상 100만 원 수준이던 자녀 출산경조금을 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이상 500만 원으로 최대 5배 늘렸다. SK하이닉스도 난임 시술비 지원 등 강력한 모성보호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삼성이 '셋째 5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일시금을 제시하면서 대기업 출산 복지의 기준선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현금' 치킨게임에서 '생애주기 토탈 케어'로

이번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단순히 파업을 막기 위한 일회성 타협이 아니다. 경쟁사로의 도미노 이직을 막기 위해 사측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경쟁사의 우수한 복지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개량한 결과물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반도체 패권 경쟁 속 인재 확보전은 이제 연말 성과급 액수 비교라는 1차원적 싸움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직원의 커리어 고점을 열어주고 주거와 출산 등 생애주기 전체를 회사가 안전하게 받쳐주는 '토탈 케어(Total Care)' 체제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이동하면서 반도체업계 인재 경쟁에 새 장이 열렸다는 평에 힘이 실린다.

더 나아가 자존심을 버리고 철저한 실리적 방어선을 구축한 삼성의 새 보상 철학이 반도체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향후 SK하이닉스와의 인재 이동 방향타를 어떻게 바꿀지가 관전 포인트가 된 동시에 국내 대기업 노사 협상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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