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삼성 노사 대타협] ① '보호예수 2년' 자사주 성과급, 통할까

빅테크식 장기 보상 도입…임금체계 변화 신호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경기 수원... 특히 이번 합의안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활용해 온 주식 보상 방식을 국내 대형 제조업에 일부 이식했다는...

[삼성 노사 대타협] ① '보호예수 2년' 자사주 성과급, 통할까

/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국내 제조업 보상 체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부 주식에는 최장 2년의 매각 제한을 두는 방식이 핵심이다. 단기 현금 보상 요구가 강했던 노조와 대규모 현금 유출 부담을 줄여야 했던 회사가 '주식 보상'이라는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다만 주가 변동에 따라 직원들이 체감하는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거쳐 실제 수용될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빅테크식 장기 보상 도입…임금체계 변화 신호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경기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극적으로 접점을 찾으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는 일단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 이번 합의안은 기존 성과급 갈등을 단순히 현금으로 풀지 않고 주식 보상과 장기 실적 목표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보상 체계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성과급은 현금이 아니라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된 주식 가운데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직원 입장에서는 성과급을 받는 시점에 모든 보상을 현금화할 수 없고 회사 주가 흐름에 따라 실제 보상 가치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보호예수 조건은 삼성전자가 이번 합의안에 담은 가장 상징적인 장치로 꼽힌다. 기존 성과급은 당해 실적에 따라 현금으로 지급되는 성격이 강했다. 반면 자사주 성과급은 직원 보상을 회사 가치와 직접 연결한다. 주가가 오르면 직원 보상 가치도 커지고 주가가 부진하면 체감 보상도 줄어든다.

회사로서는 임직원을 단순 임금 수령자가 아니라 주주로 묶어 중장기 기업가치 개선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노조가 요구해 온 성과 공유 원칙을 받아들이면서도 보상 방식을 현금에서 주식으로 전환해 재무 부담을 낮춘 절충안이기도 하다.

/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자사주 성과급을 택한 데는 반도체 업황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DS부문은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증가로 실적 회복 기대가 크지만 메모리 산업은 여전히 가격 사이클과 투자 부담이 큰 사업이다. 현금 성과급을 대규모로 지급할 경우 단기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사주 지급은 현금 유출을 줄이면서도 직원들에게 성과 공유 효과를 줄 수 있는 방식이다. 동시에 회사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 카드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합의안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활용해 온 주식 보상 방식을 국내 대형 제조업에 일부 이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기술기업들은 임직원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나 스톡옵션을 부여해 보상과 주가를 연동하는 방식을 널리 사용해 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조업 특성상 현금성 보상과 연봉 체계를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이번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 삼성전자 보상 체계는 단기 현금 보상 중심에서 주식 기반 중장기 보상으로 일부 이동하는 효과를 갖는다.

주식 보상은 핵심 인재를 회사에 오래 머물게 하는 장치로도 작동한다. 임직원이 받은 주식의 가치가 회사 주가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개인 보상과 기업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주식에 1년과 2년의 매각 제한이 붙으면 직원들은 일정 기간 회사에 남아 주가 상승을 기다릴 유인이 커진다.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성과급을 꺼낸 것은 단순한 성과급 지급을 넘어 핵심 인력 이탈을 막고 장기 성과를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장기 목표·부문별 차등 지급 '변수'로

다만 미국 빅테크식 보상이 삼성전자 내부에서 그대로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주식 보상은 성장성과 주가 상승 기대가 강하게 뒷받침될 때 직원 만족도가 높아진다. 반면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거나 하락하면 주식 보상은 현금 보상보다 불확실한 보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반등 기대를 받고 있지만 HBM 경쟁력 회복과 파운드리 적자 축소, 메모리 가격 사이클 대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에 장기 목표 조건이 붙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노사는 향후 10년간 DS부문 영업이익 목표를 기준으로 성과급 지급 조건을 설정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100조원 달성 여부가 주요 기준으로 거론된다. 단순히 특정 연도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 실적 목표를 걸어 반도체 사업의 지속 성장을 보상과 연결한 셈이다.

/ 사진=유호승 기자

이 같은 조건은 회사와 노조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무제한적 성과급 지급 논란을 줄이고 성과급 지급 기준을 고성과 구간에 묶을 수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성과급 제도화를 끌어냈다는 명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목표치가 높게 설정된 만큼 실제 지급 가능성과 지급 규모에 대한 조합원 간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당장 현금 보상을 기대했던 직원에게는 장기 목표 달성 여부에 좌우되는 자사주 보상이 충분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DX부문과 CSS사업팀에 600만원 상당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한 점은 사내 형평성 논란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이번 교섭은 DS부문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핵심이었지만 삼성전자 내부에는 모바일·가전 등 DX부문 등이 함께 있다. DS부문 중심으로 특별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다른 부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 회사와 노사는 DX부문과 CSS사업팀에도 일정 규모 자사주를 지급해 전사적 합의 명분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부 형평성 문제는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DS부문은 반도체 실적에 따라 추가 보상 가능성이 열렸지만, DX부문은 정액 자사주 지급에 그친다. 반대로 DS부문 안에서도 사업부별 실적 차이에 따라 보상 체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사업부 실적 흐름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성과급 배분 기준은 향후에도 민감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