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TV,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강남 매장에서 열린 ‘더 퍼스트룩 서울’ 행사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이 올해 새로 출시한 ‘AI 축구 모드 프로’를 시연하고 있다. AI가 축구 경기를 자동 인식해 경기 장면을 더 선명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뉴시스
“올해부터 삼성 TV 제품 99%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하겠습니다.”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강남 매장에서 열린 2026년형 TV 신제품 공개 행사 ‘더 퍼스트룩 서울’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올해를 ‘AI TV 원년’으로 삼겠다”며 “프리미엄은 물론 보급형까지 전 라인업에 AI를 적용해 가격과 관계없이 누구나 AI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저가 TV가 ‘TV 종주국’ 한국의 입지를 위협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에 한정됐던 AI 기능을 LCD 등 보급형 전반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삼성·LG는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2500달러 이상)에서 98%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에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프리미엄 수요가 줄고, 보급형 시장 주도권이 중요해진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보급형 TV 시장으로 본격 진입하며 정면 승부를 택했다”고 평가한다.
그래픽=김성규
AI 앞세운 ‘보급형 고급화’
삼성과 LG는 AI를 활용해 보급형 TV의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AI로 동급의 중국산 TV보다 더 좋은 화질과 음향을 구현하고 개인 맞춤형 기능을 강화해, 소비자가 “조금 더 비싸도 한국 제품을 선택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라인업에 적용되는 통합 AI 플랫폼 ‘비전 AI 컴패니언’을 공개했다. 빅스비, 퍼플렉시티,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등 AI 모델을 결합해 TV 시청 중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예컨대 영화를 보다가 촬영지나 배우 정보를 물으면 즉시 답변을 제공한다. 축구 경기 시청 시 잔디 색감을 보정하고 선수 움직임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AI 축구 모드’, 특정 음성만 강조하는 ‘AI 사운드 컨트롤’도 지원한다. 저화질 영상을 개선하는 ‘AI 업스케일링’ 기술 역시 대부분 제품에 적용된다.
LG전자도 OLED TV뿐 아니라 LCD 제품까지 AI 기능을 확대했다.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를 적용해 화질을 개선하고, 구글 제미나이와 코파일럿을 통해 이미지나 배경음악 생성 기능도 제공한다.
TV 업계에서는 AI가 중국 기업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석우 사장은 “중국 TV가 중국산 AI를 탑재해도 중국 이외 시장에 그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어렵다”며 “데이터의 규모, 특히 예민한 프라이버시 문제 등에서 우리 우위가 확실하다”고 했다. 중국 TV 기업은 미·중 기술 경쟁 여파로 미국산 첨단 AI 활용이 자유롭지 못하고, 내수용 제품에는 아예 탑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중 TV 전쟁 분수령
TV 업계에서는 올해를 한중 TV 경쟁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TCL이 사상 처음으로 월간 출하량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는데, 올해는 매출 기준에서도 중국 기업이 한국을 따라잡을지 주목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1억9481만대로 전년보다 0.6% 감소할 전망이다. 시장 축소와 원자재·부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TV 가전 부문에서 약 3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내 TV 등 가전 사업의 일부 판매를 현지 기업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용 사장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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