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명예 그리고 돈
칼럼
새전북
2026년 07월 02일 16:18
승인
2026년 07월 02일 23:42
범죄가 푼돈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즈음 들어서 빈도가 더 잦다. 심지어 살인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 동기가 대부분 유흥비 마련이다. 이를테면 푼돈에 자기 인생을 내던지는 격이다.
얼마 전이다. 전직 대통령이 뇌물을 받고 감옥에 갔다. 20년 가까운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거둬들인 뇌물의 액수가 어마어마했다. 그중 수백만 원에 불과한 양복도 끼어있었다.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대통령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한반도가 존재하는 한, 역사 속 인물로 영원히 사는 지위이다. 그런데도 돈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보통 사람의 물욕 본능이 여지없이 작동했다. 아마 대통령 자리를 쟁취한 전리품쯤으로 여겼는지는 모른다. 그런 행태 때문이었는지, 대통령 자리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 사업이었다는 말조차 떠도는 실정이다. 얼마나 치욕적인 세평인가. 그런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전히 대중 앞에 얼굴을 내밀고 언제 그랬었냐는 투다. 마치 정치 탄압이라도 받은 양 당당하기까지 하다.
필자는 사람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가끔 나 자신에게 묻는다. 사물? 아니면 동물? 식물? 합당한 답이 못 된다. 엉뚱한 질문이라서 지금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답게 사느냐 못사느냐로 바꾸었다. 그랬더니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 사람들은 ‘노예(expert)’를 사람의 반대로 취급했다고 한다. 오늘날에 달인이나 전문가로 번역하는 expert가 당시에는 노예를 일컫는 말이었다. 당시 노예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생을 주어진 일만을 반복하는 가축이나 기계쯤으로 취급되었다. 반면 사람인 시민은 달랐다. 철학과 문학, 음악과 미술 등을 즐겼다. 학문을 탐구하여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품을 가꾸고 교양을 넓혀 명예를 쌓았다. 당시에는 무력의 힘은 곧 정의였다. 그 무시무시한 무력과 싸워 이겨서 보편적, 사회적 권위가 되었다.
그러나 돈은 달랐다. 항상 유불리만을 따졌다. 부패하고도 기꺼이 손을 잡았다. 부조리를 조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목숨조차도 돈으로 치환했다. 목숨을 이익과 맞바꾸기까지 했다. 몇 년 전, 검사 출신 인사에게 들었던 말이다. 범죄 사건 대부분은 돈이 얽혀 있다고 했다. 수사에 돌입하면 가장 먼저 돈의 흐름을 쫓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범인이 드러난다며 세상만사를 돈에 연관시켜 설명했다. 당시에는 우스꽝스럽게만 들었다. 그냥 흘려듣고 말았었다.
요즈음 들어서는 그렇게 들렸던 그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시대를 꿰뚫어 본 통찰력쯤으로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는 동네마다 어른이 있었다. 그가 가진 권위로 민감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도 했다. 쟁점이 생길 때마다 말을 보탰다. 구성원들은 흘려듣지 않았다. 어떤 때에는 갈등이 그의 한마디로 매듭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딴판이다. 이제는 인품만으로는 권위가 서지 않는다. 설령 옳은 말을 하더라도 흘려듣기 일쑤다. 권위는 돈 버는 재주로 통한다. 축재의 과소가 명예의 척도다. 이처럼 돈의 힘은 막강하다. 돈 앞에서는 대통령 지위와 존엄조차도 별것 아니다. 그간에 얻은 명예를 기꺼이 내팽개쳐 버리게 만드는 마법이다. 돈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오로지 유불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은 아무 의미가 없다. 거짓을 잘못으로도 여기지도 않는다. 들통나더라도 타격은 없다. 오히려 밝혀진 진실을 비틀어 이용하려 드는 실정이다. 돈은 권력이고 권위이며 명예이다. 갈수록 더한다. 돈의 마음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 있다. 물론 돈은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그렇더라도 그 힘이 너무 비대하다.
반면에 명예의 가치는 왜소하기 짝이 없다. 존재감도 없다. 사회가 살만해지려면 돈이 절제해야 한다. 그러려면 명예와 돈이 비등비등해져야 한다. 요즘 명예가 돈에 걸핏하면 굴복하고 있다. 부조리가 곳곳에서 판치는 이유다.
우리 사회가 위험하다. 위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명예의 권위를 시급히 높여야 한다. 명예 회복 운동이 필요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끝
/이성수(소설가. ㈜천일건축엔지니어링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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