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석유제품 31.9%나 상승
IMF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중동 전쟁 여파로 ‘산업의 쌀’ 나프타 가격이 1974년 1차 오일쇼크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석유·화학제품 위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산업 기초 원재료들이 기록적 폭등세를 보이면서 기업 비용 부담 증가와 소비자물가 상승, 내수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년 수준 100)로, 전월(123.28)보다 1.6% 상승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1.6%)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석탄 및 석유제품(31.9%)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5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유국들이 밀집한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솔벤트는 115.6%, 나프타는 68.0%의 전월 대비 상승률을 보였다.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세탁용 유기 용매인 솔벤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탁업체와 동네 세탁소엔 비상이 걸렸다. 원유를 증류할 때 나오는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기초 연료 생산에 쓰여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등유(31.0%)·경유(30.9%) 등 다른 석유류 제품들도 줄줄이 올랐다.
화학제품 가격은 전월 대비 6.7% 올랐는데, 특히 에틸렌(60.5%)·자일렌(33.5%)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비닐·플라스틱·스티로폼 원료로 쓰이는 에틸렌의 가격 폭등은 이들 제품의 수급 불안을 야기하며 비닐 봉투 대란, 의료용 소모품 대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수요 폭증으로 컴퓨터기억장치(101.4%)·D램(18.9%) 등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농산물(-5.0%)·축산물(-1.6%) 등이 내리면서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3.3%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프타 등은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공산품의 중간재로 사용되고 있어 이들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상승은 시간을 두고 광범위한 물가 상승을 촉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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