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나동준 칼럼니스트] 아이들이 매일 먹는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그것은 성장기의 건강을 지키는 기본적인 안전망이자,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장면이다. 밥상은 작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건강, 돌봄, 평등, 안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함께 담겨 있다.
최근 ESG가 기업 경영의 기준을 넘어 사회 전반의 책임과 실천의 언어로 확장되면서, 이제 급식 역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친환경 급식은 단순히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질과 미래를 지키기 위한 공공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사회복지는 오랫동안 결핍과 위기에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복지는 단지 어려움이 발생한 뒤 이를 보완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구나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삶의 기본 조건을 미리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다.
ESG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사회(S)’는 단순한 복지 확대나 이미지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차별 없이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보장받도록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급식의 질이 가정의 소득 수준이나 거주 환경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아이들은 출발선에서부터 건강한 식사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사회복지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지금 사회복지 현장에서 친환경 급식이 필요한 이유는, 기후위기와 먹거리 불평등의 부담이 가장 약한 이들에게 먼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의 아이들일수록 균형 잡힌 식사를 안정적으로 제공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 결과는 건강 격차와 발달 격차로 이어지기 쉽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식재료 수급 불안, 가격 상승,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급식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친환경 급식은 단순히 유기농 식재료를 선택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아이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를 연결하며, 장기적으로는 질병과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예방적 복지의 성격을 지닌다. 다시 말해 친환경 급식은 지금의 결핍을 메우는 정책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위험을 줄이는 복지 전략이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복지기관은 친환경 급식을 일회성 행사나 부가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의 건강권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복지의 기본 체계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농가와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식재료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급식 운영 과정에서도 영양, 위생, 환경 기준을 함께 반영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 보호자, 지역 주민이 올바른 식생활과 환경 감수성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 참여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지역사회 역시 이 문제를 특정 기관의 부담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 학교와 복지관의 협력, 사회적경제 조직과 생산자의 연대가 함께 이뤄질 때 친환경 급식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제도로 뿌리내릴 수 있다.
결국 친환경 급식은 식단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회복지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앞으로의 사회복지는 결핍을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의 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넓혀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친환경 급식은 아이들의 현재를 돌보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환경, 그리고 다음 세대의 삶까지 함께 책임지는 복지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한 끼를 제공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척도다. 아이들의 밥상을 바꾸는 일은 곧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며, 친환경 급식의 확대는 사회복지가 더 공정하고 더 지속가능한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전공교수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C 공인코치, 경영지도사(인사조직관리) 자격을 갖추고 있다.
사회복지분야에서 20년동안 실무를 접해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ChatGPT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진행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전공교수로 있으면서, 50플러스센터, 국내외 대학·복지기관, 각종 협회 및 기업 현장을 무대로, 맞춤형 솔루션과 실전형 워크숍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