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갈아타기 시행…20여개 채널서 금리 비교·이동 가능
시중은행 우대금리·이벤트 경쟁…인뱅은 성장 돌파구로 적극 공략
금리 인하 기대 속 건전성 부담 공존…리스크 관리가 성패 변수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면서 약 10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개인사업자 금융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은행과 핀테크 플랫폼이 동시에 시장에 뛰어들며 ‘사장님 대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시작된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금리 경쟁을 통한 소상공인 금융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건전성 부담을 둘러싼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8일부터 개인사업자도 스마트폰을 통해 기존 대출을 조회하고 더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됐다. 대상은 10억원 이하 운전자금 성격의 신용대출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뱅크샐러드 등 대출 비교 플랫폼과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던 대출 이동 절차가 비대면으로 간소화되면서 이용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이번 서비스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총 18개 은행이 참여한다. 이용 채널은 플랫폼과 은행 앱을 포함해 20여개에 달한다. 차주는 여러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한 번에 비교한 뒤 유리한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대출 실행과 동시에 기존 대출은 금융결제원의 시스템을 통해 자동 상환된다.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서비스 개시에 맞춰 은행들은 일제히 고객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은 최대 0.3%p 우대금리와 함께 비대면 갈아타기 고객에게 첫 달 이자 중 최대 10만원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내놨다. 하나은행은 전용 상품 ‘하나더소호 신용대출’을 출시하고 증액 대환 기능과 사이버금융범죄 보상보험을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맞춤형 우대금리와 함께 포인트 지급, 상품권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움직임은 더욱 적극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최대 0.6%p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특정 조건 충족 시 추가 혜택까지 더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강화하며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신용대출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사실상 핵심 성장 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간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4년 4조5568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 7525억원으로 2조 1957억원(48.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잔액은 325조 6218억원에서 324조 4325억원으로 1조 1893억원(0.4%) 감소했다. 시중은행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인 사이, 인터넷은행이 금리 경쟁력과 비대면 편의성을 앞세워 수요를 흡수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갈아타기 서비스는 이러한 경쟁 구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플랫폼을 통한 비교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금융사 간 금리와 혜택이 실시간으로 비교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확대되는 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리와 서비스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를 통해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가계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서는 약 42만명이 이용해 22조 8000억원 규모의 대출이 이동했으며, 평균 금리 인하 폭은 1.44%p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에서도 유사한 수준의 금리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경우 차주들의 이자 부담 완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다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 변동에 민감해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은행 주담대 연체율은 0.27%,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3%다.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신용 기반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포용금융 확대라는 정책 기조에 대응하면서도 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지원과 금융 접근성 확대를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무리한 대출 확대는 향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은행 역시 상황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가 성장 돌파구인 동시에 중·저신용자 비중 관리라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으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한 고객 유입도 이러한 지표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경쟁의 핵심은 단순 금리 인하를 넘어 상품 구조와 신용평가 역량, 플랫폼 경쟁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핀테크 플랫폼이 금융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고객 접점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향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시장 판도 자체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금융당국은 서비스 운영 상황을 점검한 뒤 참여 업권과 대상 상품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단순한 금리 비교를 넘어 금융시장 경쟁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에는 금리와 혜택을 앞세운 고객 유치 경쟁이 불가피하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와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플랫폼 중심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금융사 간 경쟁 구도도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솔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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