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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이드카 81번’ 울린 현기증 증시에…美장투로 갈아타는 개미들

60대 주부 박 모 씨는 최근 TV에서 주식 관련 뉴스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기 바쁘다. 2000년대 중반 펀드 열풍에 동참했다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그는 15년 이상 정기예금만 고집해오다 지인이 ‘단타’로 하루에 10만 원씩 번다는 말에 올 4월부터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60대 주부 박 모 씨는 최근 TV에서 주식 관련 뉴스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기 바쁘다. 2000년대 중반 펀드 열풍에 동참했다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그는 15년 이상 정기예금만 고집해오다 지인이 ‘단타’로 하루에 10만 원씩 번다는 말에 올 4월부터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 원금이 반 토막 나자 국내 주식을 모두 처분한 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품을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박 씨는 “국내 주식 투자를 하며

가슴을 졸이느니 차라리 장기 우상향이 검증된 미국 지수에 매달 묻어두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증시가 지난달 급락장을 경험한 뒤 이달 박스권에 갇히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국장’ 이탈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 대표 지수형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거나 한동안 위축됐던 미국 증시에 대한 직접 투자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 변동 폭과 조정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장을 떠나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포트폴리오’ 변화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4개(80%)는 미국 지수형 상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TIGER 미국S&P500(6418억 원), KODEX 미국나스닥100(4260억 원), KODEX미국S&P500(3523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2940억 원)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에는 상위 5개 ETF 중 4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과 코스닥150레버리지, 코스피 지수형 상품이었다는 점에서 국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둔화되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매 규모는 증가세가 뚜렷하다.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8억 2240만 달러로 집계됐다. 아직 8월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6월 순매수 규모(

6억 3300만 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주식 매매는 4월(

4억 6890만 달러)과 5월(

9억 3980만 달러) 순매도 움직임을 보이다가

6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한 뒤 지난달(46억 4240만 달러)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1857억 7587만 달러로 지난달(1714억 6580만 달러)보다 증가했다.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점도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6.1원 내린 1386.5원으로 1300원대 후반을 유지했다.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이 급감하고 상장주식 회전율이 둔화된 점 역시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 합산)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32조 9733억 원으로

6월(60조 3607억 원)과 비교하면 사실상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상장주식 회전율도 6월 22.35%를 기록했지만 7월 19.56%, 이달에는 11.99%로 떨어졌다. 회전율이 낮아진 것은 그만큼 주식 거래 등 손바뀜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규모도 6월 42조 4005억 원에서 7월 5조 3715억 원, 8월 2조 7468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후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연출해 투자자들의 피로감을 키운 점 또한 국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트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총 49회(매수 24회, 매도 25회)이며 이 중 43%가 7월(매수 6회, 매도 9회)과 8월(매수 3회, 매도 3회)에 쏠려 있다. 코스닥

32회(매수 18회, 매도 14회)까지 더하면 올해만 총

81회나 걸렸다.

주요국 대표 지수와 수익률을 비교해봐도 코스피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코스피 하락률은 22.19%로 일본 닛케이225(-8.14%)나 대만 자취엔(-6.52%), 미국 나스닥(-3.20%), 미국 S&P500( -0.13%)보다 수익률이 저조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23일 이후 한 달 가까이 종가 기준 7000선에 오르지 못하는 상태다. 코스닥은 올 4월 1200선을 돌파했으나 이날

801.94로 간신히 800선을 지킨 수준까지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 변동성이 과하게 커지다 보니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며 “변동성을 소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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