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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외이사가 의장 맡은 기업 이사회에서 이견 더 많이 나왔다

SK그룹이 2019년 지주사를 시작으로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했고 이듬해 삼성전자에서도 사외이사 의장이 나왔다. 이날 LG 역시 구광모 회장이 8년 만에 지주사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며 그룹 내 11개 상장사가 모두...

사외이사가 의장 맡은 기업 이사회에서 이견 더 많이 나왔다

자산 5조 이상 기업 이사회 의결 분석하니

원안 안 따른 이사회 57% 사외이사 의장

SK·삼성 이어 LG도 대표-의장 분리 합류

효과 내려면 사외이사 개인의 독립성 중요

기업이 이사회를 진행하는 장면을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표현한 그림. 그래픽=홍인택 기자·제미나이

재계에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이 설정한 의제가 이사회에서 수정되거나 부결되는 경우가 의장이 사외이사일 때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이 이사회 의장인 기업보다 사외이사가 의장인 기업에서 이사회 결정에 사외이사가 더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건을 부결하거나 수정하는 등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않은 기업 이사회의 과반은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은 곳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5월 15일부터 지난해 5월 1일까지 자산이 5조 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86개, 소속 회사 2,994개) 중 이사회가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않은 적이 있는 기업은 23곳이었다. 이 중 의결 당시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였던 기업을 따져보니 모두 13개로, 전체의 56.5%를 차지했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법률이 규정한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카카오, 카카오뱅크, KT 등 10개 회사에서 안건이 부결·수정·보류된 적이 있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기업이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거수기'란 비판을 받는 국내 기업 이사회에서도 그나마 사외이사가 의장일 때 이견이 표출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회사 2,531곳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기업은 107곳(4.2%)에 불과하다. SK그룹이 2019년 지주사를 시작으로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했고 이듬해 삼성전자에서도 사외이사 의장이 나왔다. 이날 LG 역시 구광모 회장이 8년 만에 지주사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며 그룹 내 11개 상장사가 모두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개편됐다.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여부는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2024년 상장사의 사외이사 83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된 회사에서 "반대 의견이나 다른 견해를 자유롭게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는 응답이 86%로, 분리되지 않은 회사(60%)보다 많았다. 경영진의 제안을 이사회가 그대로 승인한다는 응답 역시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와 분리된 회사에서 20%였고, 분리되지 않은 회사에선 40%로 2배 많았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는 '국제 표준'이지만, 그간 한국 기업들의 적용 속도는 더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사회가 기업 문제에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하는 걸 모범 사례로 권고한다. 미국도 2023년 기준 S&P 500에 편입된 회사 중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기업(41%)과 사외이사가 의장을 따로 맡는 기업(39%)의 비중이 거의 같다.

다만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가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사외이사 인선 자체가 재벌 총수 등 지배 주주의 이해관계에만 충실하게 이뤄진다면, 사외이사 의장은 총수의 경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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