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대구에 전에 없던 변화의 돌풍이 불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양대 정당은 기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앙당 지도부가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총력 지원을 펼치는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당 지도부 리스크를 우려해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보수의 안마당에서 민주당이 파상공세를 펼치는 동안, 수성해야 할 국민의힘은 공천 내홍과 중앙당 악재에 발이 묶인 형국이다.
민주당 김부겸 예비후보의 행보는 권토중래라는 말로 요약된다. 12년 만에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그는 ‘1인당 GRDP 전국 최하위’라는 대구 경제의 아픈 곳을 파고들며,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아우르는 파격적인 우클릭 행보로 외연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김 후보는 대구에서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유력 대권 주자로의 부상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호·유영하 두 현역 의원의 양자 대결로 본경선의 대진표를 짰으나, 공천 과정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위원장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여전한 데다, 두 경선 후보의 단일화 거부 의사가 명확해 보수표 분산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뒤늦게 'TK 통합 선대위' 구성을 논의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현재 지표상 김부겸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2014년의 상황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시 여론조사는 박빙이었으나, 실제 개표 결과는 보수층의 막판 결집으로 16%포인트란 표차로 승부가 났다. 이번 선거 역시 60·70대 유권자의 투표율과 막판 보수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가를 듯하다. 다만 12·3 비상계엄 이후 흔들린 민심이 과거처럼 ‘묻지마 투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역시나 '먹고사는 문제'다. 유영하 후보의 삼성 반도체 유치라는 빅딜 전략, 추경호 후보의 5대 미래산업 중심 구조개혁 전략, 김부겸 후보의 산업 대전환 공약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33년째 정체된 대구의 경제 체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계속되는 청년 유출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지, 대구의 숙원 현안을 어떻게 풀 것인지 등이 유권자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대구에서 민주당 시장이 탄생한다면, 그것은 한국 정치사의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될 터다. 그러나 진정한 지역주의 타파는 그것만으로 안 된다. 전남·광주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에게 당선 기회를 주는 교차 선택이 이뤄져야만 비로소 그 고질적 병폐가 사라질 것이다. 대구에서 김부겸 민주당 예비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된다면, 전남·광주에서도 이정현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전남·광주 통합시장에 당선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지방선거는 지역의 독자적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지방자치 본연의 장이기도 하다. 그 말은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구의 발전을 이뤄낼 행정 역량을 갖췄는지, 그 사실 여부를 기준으로 시장 후보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컨대, 투표에 앞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선택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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