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의 화물선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민간 시설까지 타격하겠다고 맞대응하면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8시간 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 발전소들을 차례로 초토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이란군은 자국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역내 에너지·정보기술·담수화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맞받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전쟁은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양측이 서로 민간 핵심 인프라를 겨냥해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는 양상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미국은 이란의 사실상 항복을, 이란은 조기 종전을 끌어내려는 계산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에너지 운송의 관문인 호르무즈해협이 주요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해·공군 전력에서는 이란을 압도하겠지만, 이란도 드론·고속정, 최악의 경우 기뢰까지 동원해 지구전을 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동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이 해협은 말 그대로 ‘생명선’이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67%,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2%가 이 해협을 거친다. 나프타(납사)·헬륨 등 화학·비료·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의 중동 의존도도 20~40%에 이른다. 충격은 정유·전력 등 에너지 부문에서 시작해 화학·금속·운송 등 에너지 집약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중동산 에너지·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선 상당히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럽·일본 등 중견 우방국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한다. 미국은 고유가 부담에 항행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고, 이란 유조선의 호르무즈해협 통항도 허용하고 있다. 유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셈이다. 이란 또한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에 한정한 선박의 해협 통과 방안을 일본에도 타진하는 등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미국 동맹국들의 참전을 막으려는 의도가 읽히지만, 우리 역시 협상 여지가 있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란의 해협 봉쇄를 비판하는 주요 7개국(G7) 성명에 동참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고, 각국의 전략적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부는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기대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익을 최대화하는 능동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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