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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설] 청년 덮친 자산·소득 격차, 일자리 창출로 돌파를

청년 세대의 절망적 현실이 이젠 통계로까지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인 가구에서 청년층 비중이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사설] 청년 덮친 자산·소득 격차, 일자리 창출로 돌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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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덮친 자산·소득 격차, 일자리 창출로 돌파를

중앙일보

종합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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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의 절망적 현실이 이젠 통계로까지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인 가구에서 청년층 비중이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가난해진 청년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이다. 과거에는 가난해도 노력하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 청년들은 출발선부터 벌어진 격차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2030 청년층이 ‘앵그리 영(Angry Young)’ 세대로 불리며 투표지 부족 사태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비롯해 현실이 공정하지 않은 데 대한 좌절과 무관하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자산 양극화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해 12억원을 넘어섰고 연초 이후 1억원 이상 뛰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은 이미 내 집을 보유한 중장년층에 집중됐다. 지난해 4050세대의 평균 자산은 6억원을 웃돌며 39세 이하 청년층의 두 배에 달했다. 취업조차 쉽지 않은 청년들로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불타버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문제의 근원은 청년 고용절벽이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는 25만5000명 감소해 4년여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도 청년 고용률은 25개월 연속 하락했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억원대 성과급은 수많은 청년들에게 딴 세상 이야기다. 취업을 포기한 채 집에 머무는 ‘전업자녀’ 현상까지 나타난다. 여기에 현 정권이 추진하는 65세 정년연장까지 더해지면 청년 고용 환경은 더 나빠질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새로운 불안을 더하고 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코딩·회계·문서작성 등 화이트칼라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AI가 신입 변호사와 회계사의 상당수 업무를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전문직조차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은 청년 고용의 핵심 부문이었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4만 명이 줄며 2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기업들이 노동 규제와 비용 부담을 피해 해외 투자를 늘리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청년들로선 어디를 둘러봐도 미래 설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취업난, 생계비 급등으로 결혼과 출산, 내집 마련을 포기한 청년이 늘고 있다. 여기에 미래세대 채무를 늘리는 재정 확대, 기득권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2030세대의 90% 이상이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했던 도산 안창호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 청년 세대의 미래를 열어주지 못하면 한국의 장래도 어두워진다. 한국은행은 자산과 소득의 복합 양극화가 생산성과 소비를 떨어뜨려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청년의 희망 상실은 곧 국가 성장동력의 상실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 기업이 고용 창출의 선두에 서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노란봉투법처럼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기피하게 하는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 AI 시대에 맞는 취업 지원과 재교육 체계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저출생과 고령화, K양극화의 해법 역시 결국 청년 고용에서 시작된다. 청년이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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