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도를 넘고 있다. 사법부를 향한 무차별 공세도 모자라 당 지도부 공식 회의에서 “정치적 사건부터 인공지능(AI) 판사를 도입하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발상으로 발언자의 헌법적 상식마저 의심케 한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판사가 법리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정파적으로, 정치적으로, 대법원장 의도대로 판결한다면 그 판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라며 “남은 사법개혁은 AI 판사 도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국정과 입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 지도부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특정 판결에 대한 불만을 빌미로 사법 신뢰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발상을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개정 없이는 알고리즘에 불과한 AI에 사법권을 맡길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사건처럼 증인 진술의 신빙성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가려야 하는 형사 재판은 AI가 대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법치주의의 근간은 권력자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진영이라도 절대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약속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법치주의의 승리’라고 외치다가도 불리한 판결에는 ‘사법부의 정치화’라며 재판 결과를 부정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편파적인 이중잣대다. 사법부 판단에 대한 여당의 화풀이식 대응과 여론몰이가 우리 사회에 초래할 폐해는 결코 작지 않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에게 돌아간다. 최 최고위원과 민주당 지도부의 자중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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