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유튜브에서 '무섭노'라고 말하는 장면. 연합뉴스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유튜브 영상에서 무심코 던진 "무섭노"라는 한마디가 소란스럽다. 그녀 탓도 아니지만 한 번은 짚어야 할 것 같아 밝힌다.
경남 거제 출신인 그녀가 어두운 방 앞에서 내뱉은 이 말은 "와이레 무섭노(왜 이렇게 무섭니)"의 앞부분이 생략된 지극히 평범한 경상도 사투리다. 그런데 한 PD의 SNS 문제 제기를 계기로 "'-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던 일베식 표현"이라는 주장이 번지며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는 공방으로 커졌다.
신인 아이돌의 사투리 한마디가 국립국어원 유권해석까지 요구받는 사안이 된 현실이 우리 여론 수준의 민낯을 보여준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나'와 '노'는 구분되는 어미다. '나'는 예/아니오를 물을 때, '노'는 이유나 감탄을 나타낼 때 쓰인다. "왜 이렇게 무섭니"라는 감탄이 담긴 '무섭노'는 이 규칙에 비추어도 자연스럽다.
반면 일베가 '-노'를 조롱조로 쓴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틀어 아무 문장에나 어법에 안 맞게 붙이면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는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왜곡된 사용법이었을 뿐, 경상도 방언 자체의 뿌리와는 무관하다.
이 계보를 모르는 이들이 사투리 속 '-노'를 볼 때마다 일베어로 오인하며 애꿎은 방언 화자들이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이 경계심을 확대해 청년 연예인의 말투를 검증 대상으로 삼고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키운 데 있다.
문장의 형식만 따질 게 아니라 조롱의 의도가 실제 있었는지 맥락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비슷한 시기의 '스벅가야지' 논란에서 학교 측이 사과문을 내고 상대 학교를 직접 방문까지 한 것도 그런 맥락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 사안 역시 미성년자 징계 수위와 정치권 개입(화환을 보내며 진영 대결을 부추긴 사례 등)을 둘러싼 시비가 뒤따랐다는 점에서, 두 사건 모두 '표현의 맥락을 얼마나 세심히 들여다보는가'라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두 논란의 공통점은 표현 하나를 붙잡아 낙인찍거나 정치적 유불리로 증폭시키는 일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방언은 지역의 삶과 정서가 담긴 문화 자산이며, 실제 혐오·조롱 의도가 담긴 표현과는 구분해 다뤄야 한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애초 SNS 문제 제기 정도로 끝났을 화제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옮겨와 '일베 감별법'이란 이론까지 만들어 게시하며 전국적 정쟁거리로 키웠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사회 현상 하나까지 굳이 끌어와 정치화하는 모습이야말로 이번 논란에서 가장 씁쓸하다. 그러나 문제를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며, 결국 돌아서 자신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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