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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설] 나랏빚 6500조, '전쟁 추경'이 내일의 짐 되어서는 안돼

비록 전쟁 중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이달 수출액이 533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50.4% 증가하였지만, 같은 기간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 수입이 27.8% 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경제 환경은 재정...

[사설] 나랏빚 6500조, '전쟁 추경'이 내일의 짐 되어서는 안돼

정부와 민주당이 중동사태로 인한 수출과 내수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민생 안정과 경기 방어를 위해 25조 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하고 내달 10일까지 신속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처리하겠다”라며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동 정세 악화와 고환율·고물가의 복합 위기 속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 규모가 과연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추경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중동사태로 에너지 대란이라는 외부 충격에 신속히 대응해 경제 전반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경제의 총부채는 6천500조 원을 넘어 국내총생산의 2.5배 수준에 이르렀고, 그 중에서도 정부부채 증가 속도는 가계·기업을 크게 웃돌고 있다. 최근 1년간 정부부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흐름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 신호이다. 비록 전쟁 중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이달 수출액이 533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50.4% 증가하였지만, 같은 기간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 수입이 27.8% 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경제 환경은 재정 확대가 곧바로 물가와 환율을 자극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유 수입 증가와 외부 불안 요인이 겹친 상황에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재정이 ‘방파제’가 되기 위해서는 규모만이 아니라 방향과 질이 중요하다. 무차별적인 지출 확대가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와 생산성 제고에 집중된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정치권의 태도 역시 아쉽다. 여당은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속도를 앞세우고, 야당은 ‘선거용’이라며 반발하는 소모적 공방 속에서 정작 중요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냉정한 비용·편익 분석과 중장기 재정 전략이다. 추경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재원 조달 방식과 향후 부채 관리 계획을 국민에게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위기는 재정을 확대할 명분이 되지만,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지킬 책임도 요구한다. 단기 경기 대응과 중장기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놓친다면, 오늘의 처방이 내일의 위기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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