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조선산업 핵심인재 디지털 양성 기반 구축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2030년까지 300억 원을 투입해 2,000명의 AI·디지털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이 계획은 하드웨어 중심의 조선업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중심의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K-조선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할 가장 확실한 투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글로벌 조선 시장은 자율운항과 친환경 선박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는 누가 더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지능화된 시스템으로 선박을 설계하고 건조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이러한 시점에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울산대학교가 손잡고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특히 단순 이론 교육에서 벗어나 확장현실(XR) 시뮬레이터와 디지털트윈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실증형 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교육과 현장의 괴리를 메울 핵심 전략이다.
이번 사업의 백미는 ‘상생형 인프라’에 있다. 고가의 디지털 장비를 단독으로 갖추기 어려운 중소 협력사들에게 ‘개방형 연구실(오픈랩)’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디지털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조선 산업은 수많은 협력사가 그물망처럼 얽힌 생태계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역량이 함께 올라와야만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조선소가 완성될 수 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울산 조선산업 인력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선 현장은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 심화로 기술 전수의 단절을 우려해 왔다. 체계적인 내국인 숙련 인력 양성은 기술 생태계의 복원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조선소는 노동집약적인 곳이 아니라 첨단 기술의 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지역 유출을 막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
울산은 이미 AI 선박 실증 센터와 수소 엔진 플랫폼 등 탄탄한 인프라를 갖춰가고 있다. 여기에 2,000명의 디지털 정예 인력이 가세한다면 울산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조선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선박 기자재와 수소 엔진 기술이 있어도 이를 운용할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될 것이다. 울산시는 이번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