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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설] 7조 채무로 시작해야 하는 도정

‘7조 채무’라는 혹독한 성적표를 받아 든 민선 8기 경기도정의 출발선이 위태롭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도의 재정 상황은 예상을 뛰어넘는 재정 절벽 수준이다.

[사설] 7조 채무로 시작해야 하는 도정

‘7조 채무’라는 혹독한 성적표를 받아 든 민선 8기 경기도정의 출발선이 위태롭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도의 재정 상황은 예상을 뛰어넘는 재정 절벽 수준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바닥을 드러냈고 지방채 발행도 한도 끝까지 밀어붙여 추가 융통 여력이 거의 없다. 당선인 측에서 “곳간을 열었더니 빚문서만 가득하다”며 과거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까지 언급한 것은 현재 경기도가 직면한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의 재정 위기는 단순히 도청의 살림살이 문제를 넘어, 1천400만 도민의 복지와 민생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렇듯 인수위가 진단한 재정 악화의 일차적 원인은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지방세 수입 감소와 경기도의 ‘불교부단체’ 지위다. 경기도는 그동안 재정자립도가 높아 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로 지내왔다. 하지만 국가적인 반도체 호황으로 국세가 늘어나 타 지자체들이 교부세 혜택을 누릴 때도 경기도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구조적 소외를 겪어야 했다. 세입은 급감하는데 지출 압박은 커지는 비대칭적 구조가 결국 7조원이라는 거대한 채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에 정부를 향해 지방교부세 교부 방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경기도를 교부단체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한 인수위의 제안은 분명 귀담아들을 만한 현실적 고뇌가 담겨 있다.

그러나 재정 위기의 책임을 오롯이 외부 환경이나 제도적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기금이 고갈되고 지방채가 발행 한도에 달할 때까지 방만한 재정 운용이나 선심성 예산 집행은 없었는지 통렬한 내부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전임 도정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으면서도 발생한 이번 위기는 결국 세입 예측의 실패와 과도한 확장 재정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제도가 불리했다 한들, 채무가 7조원에 이를 때까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한 도정 관리의 책임은 무겁다. 새로운 도정의 성공 여부는 이제 철저하고 고통스러운 내부 개혁에 달렸다.

이제부터 추 당선인은 거창한 공약의 화려한 출범에 앞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재원 부족으로 올해 예산조차 미편성된 마당에 백화점식 공약 이행을 고집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도민에게 더 큰 빚더미를 지우는 일이다. 당선인의 공약 사업들부터 철저하게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도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사업은 과감하게 삭감하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 없이는 정부나 국회를 향한 재정 지원 요구도 명분을 얻기 어렵다. 7조 채무라는 무거운 짐을 진 민선 8기 경기도정은 출범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투명한 현실 공개와 더불어 인기 영합주의적 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당선인의 과단성 있는 결단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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