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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람의 겉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오류

버들 양·성씨 양(楊), 베 포(布), 갈 지(之), 개 구(狗)자를 쓰는 ‘양포지구(楊布之狗)’란 고사성어가 있다. ‘양포라는 사람의 개’라는 말로, 겉모습이 바뀐 것을 보고 속뜻이나 본질까지 바뀐 걸로 잘못 판단하는 것을 뜻 한다.

사람의 겉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오류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버들 양·성씨 양(楊), 베 포(布), 갈 지(之), 개 구(狗)자를 쓰는 ‘양포지구(楊布之狗)’란 고사성어가 있다. ‘양포라는 사람의 개’라는 말로, 겉모습이 바뀐 것을 보고 속뜻이나 본질까지 바뀐 걸로 잘못 판단하는 것을 뜻 한다. 상황이나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상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가 지은 ‘한비자’의 설림 편에 나온다. 설림은 ‘말의 숲’이라는 뜻으로 군주가 알아둬야 할 다양한 역사적 일화, 비유, 우화를 모아 놓은 편이다. 전국시대 사상가 양주의 동생인 양포의 얘기에서 유래됐다. 양주의 철학은 ‘위아주의’(爲我主義)와 ‘경물중생’(輕物重生)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 삶과 내 생명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니 국가나 대의명분을 위해 나를 희생하지 말라”는 것이다. 맹자와 법가 사상가들로부터 “극단적 이기주의자”라고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잔인한 전쟁이 판치던 전국시대에 개개인의 인간 존엄성을 지키려 했던 사상이다.

어느 날 아침 양포가 흰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밖에서 비를 맞게 된 양포는 옷이 젖자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구 짖어댔다. 화가 난 양포가 지팡이로 개를 때리려 하자 형인 양주가 이를 말리며 “개를 때리지 마라. 너라도 그랬을 것이다. 만약 네 개가 하얀 털을 하고 나갔다가 까맣게 변해서 돌아왔다면, 너 역시 괴상하게 여기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개가 주인의 겉모습(검은 옷)만 보고 짖은 것처럼, 사람들도 눈에 보이는 외양의 변화만 보고 본질을 오해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점을 꼬집는 얘기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表裏不同),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민다”는 ‘교언영색’과 유사하다. 우리 속담에도 “겉이 가죽이지 속도 가죽이냐”, “겉만 보고 보리 동지라 한다”가 있다. 보리 동자는 조선 시대 돈이나 보리를 벼슬을 얻은 사람을 백성들이 비꼬아 부르던 말이다. 사람의 겉모습이나 허름한 차림새만 보고 그 사람의 신분이나 가치를 낮잡아 섣불리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꼬집는 속담이다.

한비자가 ‘양포지구’를 통해 강조하려 했던 것은 “반짝이는 껍질(겉모습)에 혹하지 않고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잘못을 했는데도 겉모습만 바꾸고 오히려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오만한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그렇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국민들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인간은 외모를 보고 평가하지만 신은 마음을 보고 평가한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첫인상을 보고 많은 평가가 이루어진다. 첫인상으로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수할 수도 있다.

겉만 보고 진면목을 못 볼 수 있으니까? 시간을 갖고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지혜다. 우리는 종종 첫인상이나 단편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사람을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면적이고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의 첫인상은 객관적인 정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느낌에 가깝다.

상황이나 개인의 상태에 따라 첫인상은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면이나 아직 자신도 모르는 면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모습만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시간을 갖고 사람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평가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측면에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버리고 개방적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 또 상대를 괴롭히고 방해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와 지식을 고의적으로 주입시키고 각인시켜 이용해서도 안된다.

공정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잘못을 감춰주고 다른 사람에는 미확인된 것과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선동 호도해서도 안된다. 불리하면 반박하고 오히려 상대에게 뒤집어 씌우고 자신이 정당하고 옳다고 큰소리 치는 사회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것을 두둔하는 정도를 넘어 어떻게든 사실로 각인시키려고 총동원되어 일제히 선동과 호도하는 나팔수들도 있다. 자신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남에게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들이대며 어떻게든 제압하려고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권력은 인간의 욕망 가운데 가장 맹렬한 것이다. 권력은 얻고자 할 때는 먼 길을 피하고 가까운 길을 잘 선택해야 한다. 물론 옆의 측근도 언제든지 배신한다는 의심의 끈을 놓아서도 안된다. 인간은 생물 가운데 가장 어처구니 없는 존재다. 때문에 외형의 변화만으로 본질까지 달라졌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담은 양포지구(楊布之狗)란 고사성어를 잊지 말아야 한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하는 말이 우리에게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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